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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베르그손의 생명철학을 통해 본 사회와 인간 행위의 문제

2020년 08월 24일 10시 32분


 사회학은 안정적인 사회 체계를 가정하려는 경향으로 이끌리나 실재로서의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운동 속에 있다. 변동에 대한 관심은 사회학을 태동하게 한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비롯하며, 사회학에서는 구조와 개인이라는 도식을 넘어서는 행위의 운동을 포착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다. 이 연구는 위와 같은 사회학의 문제를 사유할 수 있는 사상적 원천으로서 실재를 지속(durée)의 운동 속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 베르그손의 생명철학에 주목한다. 베르그손의 철학에서 사회의 개념은 지속의 개념이 발전함과 함께 진화하면서 베르그손의 고유한 사회 이론을 드러내고 있다. 이 연구의 목표는 베르그손의 사회 이론을 규명함으로써 생명철학의 관점에서 사회와 인간 행위의 문제를 고찰하는 것이다.

베르그손의 철학의 중심에는 지속이라는 개념이 놓여 있으며, 주지하듯이 지속의 개념은 베르그손의 사상이 전개되면서 점차 발전하였다. 2장에서는 지속 개념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면서 베르그손의 생명철학을 이해해 본다. 『시론』에서 제기되는 지속의 최초의 형태는 공간화될 수 없는 시간이자 운동 그 자체이다. 모든 실재의 본질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의 부단한 변화라는 점을 밝히면서, 베르그손은 우리가 시간을 공간으로, 질을 양으로 혼동하는 습관에 젖어 있음을 드러낸다. 『물질과 기억』에서 지속은 정신의 활동으로서 논해진다. 정신은 기억의 수축 작용을 통해 지속하는 실재를 정적인 것으로 표상하고 또한 우리 고유의 지속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창조적 진화』에 이르러 정신의 힘이 생명의 창조력으로 이해됨으로써 지속은 존재론적 원리로서 정립된다. 베르그손이 검토한 진화론에 따르면 생명은 미래를 향해 전개되는 부단한 과정 속에서 창조적으로 진화한다. 진화의 극단에 위치한 인간은 그와 같은 생명의 힘을 보존하고 있는 특권적 존재다.
3장에서는 이와 같은 지속 개념의 발전을 따라 진화하는 사회 개념을 규명함으로써 베르그손의 사회 이론을 도출해 본다. 베르그손의 초기 저작에서 사회는 고정성으로서 자유에 대한 장애물임이 지적된다. 그런데 그 고정성은 유연성을 담보하는 지성의 수축 작업에서 비롯한다. 인간 사회가 고정성인 동시에 유연성이라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 자동주의인 것에 반해 인간 존재의 특수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데, 『창조적 진화』를 거치며 이제 사회는 끝없는 창조를 향한 생명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생명에 의해 의도된 삶의 방식임이 확인된다. 『두 원천』에서는 이제까지 검토된 사회의 개념이 닫힘과 열림의 경향성으로서 종합된다. 인간 사회는 사회를 보존하려는 닫힘의 경향과 생명의 열망에 따라 미래를 향해 전진하려는 열림의 경향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다.
사회가 이처럼 두 경향성 사이에서 운동하고 있음이 확인되는바, 4장에서는 창조적 진화론에 따르는 사회의 발전 법칙과 인간 행위의 자유에 대해 규명해 본다. 지속의 개념에 근거하면 자유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행위를 사후적으로 관찰함으로써만 도달하게 되는 오류이다. 구조와 개인 역시 닫힘과 열림의 경향성 속에 있는 행위를 추상화함으로써 얻어지는 표상이다. 행위의 운동 자체에 주목할 때 이러한 표피는 용해되어 사라진다. 따라서 사회는 어떤 결정론에도 반하는 창조적 진화 과정 속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를 향한 질적 비약으로서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인간 행위에 의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