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4월 29일 03시 00분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사회 ‘샤이(Shy) 보수’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의 민주주의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샤이 보수’란 보수정당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표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즉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이 연구는 ‘샤이 보수’ 현상이 정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민주적 절차에 대한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민들에게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다양한 결사체에 교차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정치적 자아가 발달하였을 성찰적 시민들이 ‘샤이 보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는 구체적으로 동질적인 사회경제적 배경을 공유한 사람들의 연결망인 연고집단과 연고집단에 비해 이질적 배경과 견해에 노출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발적 결사체 간 차이와 그 결합에 초점을 둔다. 연고집단의 특성은 연결망이 동질적이고 조밀해 집단 내 갈등이 발생해도 구성원들이 쉽게 이탈하지 못하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도록 종용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자발적 결사체의 개방적 특성은 구성원들에게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개인과 제도에 대한 호혜적 관계를 학습시켜 타인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뿐만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신뢰까지도 증진한다. 다양한 정치적 특성이 발달된 성찰적 시민의 조건은 연고집단에서 길러지는 특성과 자발적 결사체에 의해 배양되는 덕성이 결합되었을 때 충족되기 쉽다. 한편 두 집단에 모두 속하지 않는 경우,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에 따라 성찰적 능력에 있어서의 차이를 만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샤이 보수’의 정치적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해당 집단을 포착할 수 있는 이론적 논의를 검토한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의 일종인 배제적 편향(exclusion bias)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의견을 표출하지 않아 상당한 비율의 의견 누락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배제적 편향이 발생하는 경우, 면접원이 존재하는 조사와 면접원 없이 스스로 응답하는 조사의 결과가 달라진다. 이는 면접원의 존재로 인해 창발하는 사회적 압력이 응답자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응답을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즉, 보수정당을 지지하지만, 어떠한 상황적 이유로 이를 밝히지 못한다는 점에서 ‘샤이 보수’는 배제적 편향의 한 형태이다. 본 연구에서는 보수정당 지지자가 자신의 태도를 표명하지 못하게 된 계기로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목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샤이 보수’라고 부를 수 있는 집단이 발생하였는지 검증한다. 만약 면접원이 사회적인 압력을 발생시켜 보수정당 지지자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없도록 만든다면, 특정 조사에서 면접원이 수집한 응답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수정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편향이 나타날 것이다. 2016년의 제20대 국회의원선거와 2018년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이의 여론조사 공표 자료를 분석함으로서 이를 확인한다. 자료는 여론조사심의의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결과현황을 직접 수집하여 활용한다. 전체 여론조사의 추세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차 별 여론조사를 통합한(pooling the polls) 이후 결정적 추세를 포함한 국소 수준 모형(local level with deterministic trend)을 활용한 비관찰요소모형(unobserved component model)을 활용하였다. 최종적으로는 예측 정확도 지표 를 활용하여 여론조사의 추세와 개별 여론조사 간 오차에 대해 고정효과모형 회귀분석(fixed-effects regression)을 수행하였다.
여론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샤이 보수’의 존재를 확인한 이후, 이러한 ‘샤이 보수’가 결사체 참여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