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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 2,30대 남녀의 성역할태도와 결혼 인식

2020년 04월 29일 03시 01분


이 연구는 성역할태도의 유형에 따른 결혼 인식의 차이를 밝히려는 목적을 갖는다. 기존의 논의는 한국 2,30대에서 부정적인 결혼 인식이 확산된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조건의 침식 또는 가족 내 젠더불평등에 대한 여성의 반발을 지목해왔다. 그러나 인구 혹은 여성 집단 전체의 결혼 인식이 일관되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내부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이 연구는 성역할태도의 유형에 따라 결혼 인식이 달라지며, 성역할태도 유형의 효과는 젠더에 따라 다시 달라진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이를 경험적으로 검증한다.
선행 연구는 성별 분업에 기초한 ‘전통적’ 성역할규범이 젠더와 무관한 역할 분배를 지지하는 ‘평등한’ 성역할규범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국가별 변화 정도에 따라 결혼 인식이 달라진다고 논의해왔다. ‘평등한’ 성역할규범이 정착된 국가에서는 결혼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이나, ‘전통적’ 성역할규범이 지속되는 국가에서는 부정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서의 성역할규범 변화를 전통에서 평등으로의 단선적인 진보와 동일시할 수 없으며 평등의 의미는 국가별 맥락에 따라 분화할 수 있다. 일터에서의 성평등을 지지하면서도 가족의무는 여성에게만 배정하거나 여성이 일터와 가정에서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가정에 대한 헌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성역할태도 또한 평등한 것으로 수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는 한국에서 가족주의적 복지 체제와 젠더 분절적 노동시장을 두 축으로 하는 제도적 맥락이 여성의 임금노동 참여를 장려하면서도 가족 내 돌봄노동의 전담 역시 기대하는 ‘이중역할’의 규범적 맥락을 체현하는 동시에 형성했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이 연구는 한국의 2,30대 일부의 성역할태도가 규범적 맥락으로부터 급진적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국의 2,30대에서는 여성이 일터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하며 가족의무가 여성의 몫만은 아니라고 보는 비중이 40대 이상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 이러한 차이는 가족 내 성역할 분배를 둘러싼 기성의 제도적・규범적 맥락과 조응하지 않아 결혼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여성에게 이중역할을 부과하는 규범적 맥락을 수용하는 경우에도 기대되는 역할 수행을 부담스럽게 여겨 부정적인 결혼 인식을 갖는다. 성역할태도의 부정적 효과는 가족 내 역할을 담당해온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하다.
2016년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잠재집단분석과 이항로지스틱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 2,30대의 성역할태도는 평등, 이중역할, 전통 유형으로 분류되며 각각 32%, 42%, 26%를 차지한다. 평등 유형은 동등한 역할 수행을 긍정하면서도 유독 자녀돌봄 부문에서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비율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중역할 유형은 임금노동할 권리가 여성과 남성에게 동일하게 주어진다고 보면서도 가사 및 돌봄노동의 의무는 여성의 몫으로 파악한다. 전통 유형은 남성은 노동시장, 여성은 가족에서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성별분업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을 취한다.
규범적 필요성과 경제적 편익으로 나누어 측정한 결혼 인식에 성역할태도 유형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평등 유형은 이중역할 유형에 비해, 이중역할 유형은 전통 유형에 비해 규범적 필요성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향은 젠더에 따라 달라진다. 여성은 이중역할 유형이 전통 유형에 비해 규범적 필요성을 인식할 가능성이 크게 낮은 반면, 남성은 두 유형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 결혼에서 경제적 편익을 인식할 가능성은 평등 유형과 전통 유형 간의 차이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더불어 젠더 차이를 고려한다면 남성은 전통 유형에서 이중역할과 평등 유형에 비해 경제적 편익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으나 여성은 세 유형 간 차이가 미미하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상용직은 비고용 상태에 비해 전통 유형에서 다른 두 유형보다 경제적 편익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았다. 다시 말해, 남성은 전통 유형에서 다른 두 유형에 비해 경제적 편익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은데 상용직이 그 차이를 주도한다는 뜻이다. 비고용 상태의 남성은 생계부양 역할에 대한 부담을 느껴 전통 유형에서 다른 두 유형에 비해 경제적 편익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연구의 의의는 한국 2,30대의 성역할태도를 일터와 가정에서의 역할을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유형화하여 전통과 평등의 이분법으로 포착될 수 없는 복합적인 양상을 드러낸 데 있다. 여성이 가족 내 역할을 전담해야한다는 규범은 일부에게는 거부의 대상이 되었고 일부에게는 수용되더라도 여성이 동시에 경제적 역할에도 책임이 있다는 태도와 충돌을 일으킨다. 또한 이 연구는 2,30대의 성역할태도가 결혼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를 밝혔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믿을수록 결혼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분석 결과는 한국의 제도적・규범적 맥락 아래에서 결혼이 지향하는 성역할태도의 실현 가능성을 제약할 것이라는 인식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