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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휴가정책·보육정책으로 본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의 형성과 변화, 1987〜2014

2017년 04월 03일 09시 35분


본 논문은 휴가정책과 보육정책을 중심으로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의 발달경로와 특성을 규명하였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탈가족주의와 가족주의의 개념적 틀을 기준으로 일가족양립정책의 발달, 변화의 과정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한국 일가족양립정책 전개과정의 특성은 개발국가의 발전주의와 가족주의 유산에 영향을 받으면서, 사회적 조건의 변동에 따라 다르게 표출된다. 즉, 국가와 여성운동·시민사회는 해당시기의 사회적 과제인 여성고용, 평등, 출산의 문제에 대응하면서 서비스분배와 비용조달을 둘러싸고 갈등·협상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일가족양립정책은 탈/가족주의 사이를 진동하며 발달하였다. 그러나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은 포괄적인 사회보장제도의 구축에도 불구하고 제도에 배태된 가족주의(가족의존성)로 인해 여성들의 삶에서 실질화 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은 사적, 가족적 자원(돌봄의 상품화, 양계가족, 수정확대 가족 등)을 동원하여 일가족양립 문제에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의 일가족양립정책에서 일관되게 여성은 출산, 양육의 전담자로 전제되고 있다. 더구나 2000년대 후반 사회적으로 저출산 상황과 복지정치가 부상하면서 가족주의가 다시 발현, 강화되었다. 일가족양립정책에 가족의존성에 기초한 가족주의적인 정책이 보충되었다. 이 논문은 이러한 한국일가족양립정책의 가족주의 특성을 일가족양립정책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통해 규명하고 정책의 지향점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은 탈/가족주의를 중심으로 정책의 공백기(1987년 이전), 여성고용촉진맥락의 가족주의적 형성기(1987〜2000), 고용평등맥락의 약한 탈가족주의로의 전환기(2001〜2007), 출산장려맥락의 가족주의 강화기(2008〜2014)의 궤적을 겪었다. 각각의 시기별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70〜1987년 이전까지 한국의 일가족양립정책은 공백상태였고 발전국가의 경제성장 전략 속에서 여성단순노동동원 정책과 가족주의가 결합된 시기였다. 출산휴가정책은 1953년 근로기준법제정과 함께 도입되었지만 오랫동안 사문화된 상태였다. 보육정책은 저소득층, 특수계층을 대상으로 한 아동탁아프로그램이었으며 그마저도 임시적인 정책이었다. 이 시기 국가는 주로 미혼여성인력을 저임금노동력으로 동원하는데 집중하였고, 기혼여성의 일과 가족의 문제에는 무관심했다. 여성들은 개별적으로 취업과 퇴직을 반복하며 출산과 양육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결국 이 시기 여성의 일과 가족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인정, 보상받지 못하였고 여성과 가족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의존한 가족주의 시기였다. 둘째, 1987∼2000년은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의 가족주의적 형성기이다. 1987년 여성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맥락에서 국가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정책을 입법화 하였고, 일가족양립정책이 본격적으로 제도화 되었다. 국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산업구조조정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여성고용촉진전략을 세웠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휴가정책과 보육정책을 제도화하였다. 여성운동도 ‘차별철폐’와 ‘모성보호’의 제도화, 보육의 사회화를 요구하면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구하였다. 이것은 국가의 고용촉진전략과도 조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87〜2000년 사이에 휴가정책, 보육정책에 대해 국가는 정책입안만 했을 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비용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일가족양립의 문제, 여성의 출산, 아동양육의 책임(서비스와 비용)은 전적으로 여성과 가족에 의존한 가족주의적인 제도로 형성되었다. 셋째, 2001∼2007년은 일가족양립정책이 탈가족주의로 발달하는 분수령이 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젠더거버넌스가 구성되면서 정부의 고용평등전략과 여성운동의 평등과 돌봄의 사회화 전략이 협상단계로 접어들었다. 일가족양립정책은 과거의 가족의존성에서 벗어나 약한 탈가족주의 성격으로 전환하였다. 출산휴가육아휴직급여가 사회화 되었고 보육정책도 국가가 시설지원과 비용지원을 확대하면서 아동보육율이 크게 상승하였다. 여성운동은 고용평등과 모성보호의 사회분담화, 보육의 사회화를 확대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여성운동은 젠더거버넌스 하에서 정부의 전략과 협상하면서 일가족양립정책 결정과정에 개입하였고 탈가족주의를 추동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정책과정에서 다음의 한계를 내포하게 된다. 우선, 휴가급여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도록 하면서 수혜대상이 정규직 취업여성으로 한정되면서 제도 수혜율이 매우 낮은 상태가 되었다. 또한 정부는 보육정책에서도 국가책임의 공공보육시설을 확보하고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예산제약으로 인해 손쉬운 민간시설관리정책과 민간시설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보육수요에 대응하였다. 결국 일가족양립정책에 대해 국가는 최소한의 개입 원칙하에 서비스의 선택과 활용에 있어서는 가족의존성을 전제하는 방식을 유지하게 되었다. 보육서비스는 민간시설에서 제공하고 국가는 최소비용을 지원하는 구조로 정착하였다. 이 시기는 젠더거버넌스하에서 일가족양립정책에 대해 국가가 서비스와 비용지원을 시작하면서 탈가족주의로 발달이 전환된 시기였다. 넷째, 2008∼2014년은 일가족양립정책에서 탈가족주의가 전면화 되었지만 가족의존성이 큰 정책으로 보충되면서 가족주의 성격이 강화되는 시기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사회적으로 출산장려담론과 복지정치가 부상하면서 일가족양립정책에 모순된 압력을 행사하였다. 우선, 출산장려담론과 복지정치는 일가족양립정책의 발달과 변화를 추동하였다. 저출산 담론이 부상하면서 보육정책에서 다수 프로그램이 도입되었고, 국가는 보편적 보육정책(무상보육)을 펼쳤다. 일가족양립정책의 탈가족주의가 전면화 되었다. 하지만 출산장려가 중요한 목적이 되면서 일가족양립지원의 목적보다는 영유아의 초기양육지원에 집중되었고 가족의존성에 기초한 근로시간단축제도, 가정양육수당제도와 같은 프로그램이 보충되었다. 휴가정책은 여성근로자의 출산과 일시적인 양육지원의 목적에서 벗어나 여성(가족)의 돌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모하였다. 휴가정책의 확대는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데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일가족양립정책에서 보육정책을 보완하는 역할로서 제한되어야 하지만 고용프로그램으로서 지위를 가지면서 계속 확장되고 있다. 한편 보육정책에서는 무상보육과 가정양육수당도가 도입되는 과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운동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정육아보장과 선심성 보육비지원의 무상보육정책에 대한 반대가 있었지만 여성운동의 요구는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젠더거버넌스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2008∼2014년 사이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은 휴가정책과 보육정책 측면에서 ‘국가의 최소개입+민간서비스의존+가족돌봄이 공존하는 체제’로 고착되면서 돌봄의 사회화라는 가치와 국가의 책임은 희석되고 출산장려 목적의 여성동원을 위한 가족주의 성격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이처럼 이 시기는 모순된 압력속에서 탈가족주의가 전면화되었지만 가족의존성이 큰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일가족양립정책의 가족주의가 강화되는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논문은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이 당면시기의 사회적 과제인 여성고용과 평등, 출산의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와 여성운동이 갈등하고 협상하면서 가족의존성에 기초한 가족주의 유산을 강화 또는 약화시키는 형태로 발달, 변화해 왔음을 규명하였다. 이처럼 한국 일가족양립정책에 가족의존성 즉, 가족주의는 제도입안과 시행, 정착의 과정에 잔존해 있고 특정한 계기로 인해 약화되거나 강화되었다. 가족주의 유산은 일가족양립정책이 탈가족주의로 발전하는 것을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이러한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일가족양립정책의 탈가족주의를 전면화 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각 요소, 환경에 대한 가족주의 연구가 보다 정교하고 적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정책 입안자는 제도의 도입, 시행, 정착의 모든 과정에서 가족주의적인 시각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사회 일가족양립의 문제 즉,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와 출산(양육)을 어떻게 잘 조화해낼 것인가에 대한 과제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일가족양립정책은 구체적인 정책프로그램의 시행과 결과, 성격에 따라 발전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여성운동의 요구와 실천이 일가족양립정책의 탈가족주의를 추동하는 주요한 요인이었음을 상기시켜 본다면, 일가족양립정책이 지향, 결과하는 젠더레짐에 대해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은 끊임없이 긴장하고 개입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가와 사회는 한국일가족양립정책의 발달 경로와 가족주의 유산을 고려하면서 젠더레짐이 지향하는 바와 결과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과 정교한 정치경제적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