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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혁신적 시민성'의 의미형성과 제도화-희망제작소와 서울 혁신파크를 중심으로

2017년 04월 03일 09시 28분


  • 본 연구는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새로운 시민 참여 모델로서 ‘사회혁신’과 이것이 생산해내는 시민성, 그리고 그 정치적 효과를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희망제작소와 서울혁신파크를 중심으로 기획된‘사회혁신’은 2000년대 이후 시민운동이 나아간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면밀한 탐구를 필요로 한다. 많은 연구들이‘사회혁신’이 가져온 민주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 역시 특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시민을 형성해내는 통치의 기획이라는 점, 그리고 그 통치가 기존의 사회 운동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상상력을 주변화 시키면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성찰을 요한다. 이에 본 논문은 희망제작소와 서울혁신파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혁신’ 담론을 고찰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시민성을 ‘혁신적 시민성’이라 명명해 그 발생과 주체 통치의 기획, 그리고 통치 실천에 대응하는 행위자들의 실천 전략을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Ⅱ장에서는 ‘사회혁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 의미론을 살펴본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혁신’ 담론은 ‘90년대식 시민운동’을 넘어서고자 했던 운동진영의 고민이 서구에서 보편화된 신자유주의적 시민 참여 모델과 맞물리며 등장했다. 2000년대 중반 불거진 시민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급진화와 대중화의 노선이 경합했으며,‘사회혁신’은 이 중 대중화 전략의 일환으로 고안 되었다. 박원순을 비롯한 일군의 시민운동 진영은 기존 시민운동의 한계를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 부족이 아닌, 시류에 적응하는 기민함의 부족으로 해석하면서, 소외된 ‘민중’보다는 변화된 감수성을 지닌 자발적‘시민’들에 주목하며, 급진적 정치화보다는 정치적 중립성의 강화를 위기 극복 전략으로 택했다. 이러한 진단으로 인해 이들이 표방한 새로운 시민운동은 민중운동과의 간극을 좁히기 보다는 오히려 이와의 구별 짓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는 2006년 설립된 희망제작소의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물질적으로 구현 되었으며, 이후 영국과의 교류 속에서‘사회혁신’이라는 명칭으로 포괄되기 시작한다. 2011년 박원순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됨에 따라, ‘사회혁신’은 서울혁신기획관을 중심으로 보다 대중화 될 수 있는 물질적·인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새로운 시민 참여 기획으로서‘사회혁신’은 운동의 영역, 방법 그리고 그 주체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정치적 참여의 의미를 재편한다. 먼저‘사회혁신’은 기존의 운동이 지나치게 ‘정치 중심적’이었다는 진단 하에 운동의 주 영역을 제도 정치에서 일상생활의 다양한 난제로 옮긴다. 그 방법에 있어서도 추상적 이념에 입각한 비판이 아닌 미시적인 실용주의에 입각한 구체적 대안의 생산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사회혁신’이 표방하는 사회 변화란 일상생활의 공익적 욕구충족의 행위와 등치되며, 문제해결의 초점은 구조적 권력관계에 대한 집요한 추궁보다는 불편함의 개선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의 고안에 맞춰지게 된다. 동시에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적대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를 핵심적 원리로 표방하면서 기존 운동이 담지해온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대립적 구도를 해체한다. 주체에 있어‘사회혁신’은 정부 실패와 시장 실패의 대안으로서 시민사회의 참여를 호소하고, 다른 한편으로 전문 운동가나·소수엘리트와 평범한 시민들을 구별 지으면서 후자를 ‘새로운’ 운동의 주역으로 호명한다. Ⅲ장에서는 ‘사회혁신’이라는 새로운 참여 기획에 걸맞은‘혁신적 시민’을 생산해내는 통치 과정을 분석한다. 희망제작소와 서울혁신파크의 시민 참여 · 교육 프로그램, 물질적 공간, 사업 심사와 평가의 기준들은 ‘사회혁신’이라는 새로운 운동에 적합한 신체와 영혼을 가진 시민들을 형성해내는 하나의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장치들은 개인을 자기 삶의 능동적인 주체인 동시에 사회문제의 해결을 스스로 책임지는‘자발적’시민이자, 사심 없는 순수함과 공감의 능력을 가지고 모두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회적’시민이자,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해결책을 고안하고 이를 재밌는 프로젝트의 형태로 기획해내는 ‘창의적’ 시민으로 빚어낸다. 그리나 이러한 일련의 주체 생산의 과정은 사회변화를 역량 강화, 윤리, 합의, 새로운 해결책의 고안과 등치시키면서, 적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상상력을 주변화 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성찰될 필요가 있다. Ⅳ장에서는 희망제작소와 서울혁신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적 시민’이 실제 수행되는 양상을 분석한다. 희망제작소와 서울혁신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은 통치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이를 전유, 성찰, 비판, 숙고하면서 통치 프로그램의 벡터를 변형시켜 나간다. ‘사회혁신’의 프로그램이 제공한 언어는 행위자들의 개인적 경험이나 문제의식과 맞물리며 주체적 삶, ‘파크’라는 공동체 그리고 사회 변화에 대한 집합적 지향을 형성해낸다. 동시에 이들의 지향은 기존 운동과의 구별 짓기 속에서 강화 된다. ‘혁신적 시민’들은 민주/반민주, 거창함-구호/소박함-생활, 순수/비순수, 놀이-자연/강박-인위, 유연성/경직성 등의 코드를 사용해 기존의 운동과 자신들의 활동을 구별 짓는다. 이러한 구별 짓기의 실천은 스스로의 홛동에 정당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기존의 운동이 담지하고 있던 정치적 지향을 주변화 하는 효과를 수반한다. 한편 혁신적 시민들은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통치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식으로 성찰, 변형해나간다. 생존에의 압박이나‘정치적’이라는 낙인, 모순된 통치의 요구와 시민사회의 취약한 기반은 이들의 활동에 주된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자생성, 순수성과 같이 깊이 내면화된 통치의 윤리는 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일군의 시민들은 통치의 언어를 보다 급진적으로 전유하면서 나름의 저항을 모색해가고 있다. 본 논문은 연구 대상이 면담을 진행한 일군의 시민들에 한정되어 새로운 시민통치의 기획이 한국 사회 전반에 미친 파급력을 확인하기 힘들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 한국에 등장한 시민성의 한 유형에 대한 경험적 탐구를 통해 그 가능성과 한계를 타진해보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혁신적 시민성’을 생산해내는 통치는 한편으로 기존 시민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대적 필요성을 반영한 기획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사회 운동이 담지한 ‘민주주의’와 ‘정치’의 가능성을 주변화 하면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성찰을 요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혁신’은 행위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유될 수 있는 열린 게임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사회혁신’이 담지하고 있는 민주적 가능성을 보존하면서도 기존의 운동과의 접점을 만드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다른 운동에 대한 의도적·비의도적인 배제 속에서 구축된 ‘혁신적 시민’의 담론을 보다 급진화 하여 공통된 시민의 언어를 만드는 일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 본 논문은 이러한 실천적 논의의 장을 여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