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4월 03일 09시 21분
본 연구는 ‘자기 재현적 서사’를 특징으로 하는 웹툰, 즉 일상툰에 투영 된 감정문제를 다룬다. 일상툰에 재현되는 특징적인 감정에는 당대의
‘사회적 감정 구조’가 담겨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상툰의 감정구조 변화와 변동 요인, 그리고 재현된 감정의 사회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일상툰의 초기단계인 2000년에서 2006년 전후까지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었던 작품을 1세대 일상툰으로,
2006년을 기점으로 웹툰 플랫폼을 통해 연재됨으로써 상업화의 길로 들어선 2006년 이후의 작품을 2세대 일상툰으로 구분하였다. 이를 통해 1
세대에서 2세대 웹툰으로 이동하면서 일상툰의 감정구조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탐색한다. 또한, 감정구조에 투영된 사회적 의미를 효과적으
로 드러내기 위해 텍스트 분석과 더불어 작가 인터뷰 자료 및 독자들의 인터넷 게시글을 보조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는 작가-독자의 쌍방향적 소
통을 핵심적 특징으로 하는 일상툰에서 작가의 ‘감정관리’가 독자와의 ‘공감적 거리’를 좁히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전
략이다.
일상툰 작품 세계에서 무대가 되는 것은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생활이 전개되는 장소, 즉 공적 사회와 단절된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드
는 생활세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툰에 그려지는 인물은 한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정체성의 표지가 생략되고, 사적 사회에서의 정체성
을 지닌 개인, 특히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나’이다. 이는 일상툰의 장르 세계가 평범하고 안정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주인공에게 갈등과 비극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으며 소박하고 평범한 일화들만이 작품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
상툰의 서사는 파편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현재 진행중인 내레이션을 통해 자기를 탐구하는 방식의 ‘블로그 내러티브’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상툰의 서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보편성의 감각을 표출함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공통감’을 만들
어낸다.
일상툰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일기를 엿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와 비슷한 삶을 공유하고 있다
는 ‘공감’과 타인과 마음을 교류하는 듯한 ‘안도감’, 그로부터 쌓여가는 ‘친밀감’이 일상툰을 이끌어가는 힘인 것이다. 또한 이를 향유하는 독자
는 작품의 소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댓글과 SNS 등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작가와 감정적 교류를 지속한다. 이는 작가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웹툰에 그려낼 실생활의 이야기를 선별하고 정제하는 ‘감정 관리’의 기제가 된다. 작가의 감정이 어떻게 관리되는가에 따라 작품
에 표상되는 감정 구조 또한 변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관리는 때로 실생활을 그려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현실-작품세계 사이의 ‘이율배반’
혹은 괴리감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한 일상툰에서, 1세대와 2세대의 감정구조가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세대에 연재되었던 작품에서는 주로
‘사색’, ‘상실’, ‘고독’, ‘무기력’, ‘공허’와 같은 ‘어두운’ 감정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면, 2세대 일상툰에서는 ‘행복’, ‘즐거움’, ‘친밀감’과 같은 ‘밝
은’ 분위기의 감정 요소가 주를 이룬다. ‘우울’의 감정세계에서 ‘명랑’의 감정세계로 감정구조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감정구조의 변화는 사회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추동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