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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위계와 분화 : SNS 사회운동의 두 가지 조직화 양식

2017년 04월 03일 09시 22분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에 의해 촉발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인디그나도스(Indignados), 그리고 전례 없는 아랍권 내 민주화 대규모 시위는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을 위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위력에 주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적인 집합행동(collective action)이 공식적 사회운동 조직을 매개로 하여 발생한 것과는 달리,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중심으로

조직화되는 사회운동에 주목하여 네트워크 사회운동(Networked Social Movement)(Castells, 2009; 2013), 그리고 연결행동(Connective Action)(Bennett and Segerberg, 2012)과 같은 개념들이 최근의 사회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현상 자체에 대한 주목과 함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춘 컴퓨터 과학이나 물리학 계통의 연구자들에 의해 대규모의 디지털 흔적(digital trace)를 처리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나, 양자 경험적 증거에 기반한 이론화 과정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본 연구의 목표는 2014년 말과 2015년 초 한국 내 트위터를 통해 전파되었던 상이한 두 사회 운동 의제의 형성-전파-참여에 이르는 조직화 과정을 위계와 분화, 두 축을 중심으로 하는 개념적 틀과 구체적인 자료분석을 통해 규명하는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폐기되며 비롯된 무지개 행동의 서울시청 점거이고, 두 번째 사례는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평택 쌍용차 공장의 70M 굴뚝에 올라간 이창근과 김정욱의 굴뚝농성이다. 두 사례가 각각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와 노동운동(labor movement)에 속한다는 점, 트위터 내 유명인들의 공개적 발언 여부를 달리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나, 여론이 형성되고 적극적인 항의활동이 일어난 기간이 겹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의 장을 마련해주었다고 판단하였다.

 

  연구 결과는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중점에 두는 연결행동네트워크 사회운동론이 주장하는 바를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오프라인에서 위험을 무릅쓴 활동가들과 조직을 매개로 하지 않고 SNS를 통해 연결된 개인들에 의한 저비용-저위험의 참여가 조합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집합적 행동은 발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분석 결과는 몇 가지 중요한 논점을 제시한다. 우선 탈중심성, 비위계성, 수평성, 분산성을 그 특성으로 한다는 연결행동이나 네트워크 사회운동의 논의는 온전히 수용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계정간 팔로우 구조 측면에서 매우 낮은 밀도와 위계의 특성을 띄고 있었으나, 실제 메시지가 형성되고 전파되는 과정은 유명인사의 발언 여부, 의제의 성격과 같은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SNS 내에서 운동 리더십은 - 그것이 소수의 조직 지도자들이 수행하는 것이든 네트워크 내의 미시유력자 집단에 의한 것이든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상이한 조직화의 패턴이 유사한 규모의 참여를 이끌어 내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SNS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제의 조성과 참여에 대한 연구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제에 따라 이슈화 및 조직화 방식에 균열이 존재한다는 관점이(가령 신사회운동론의 주장) SNS가 활용되는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금 제기할 수 있겠고, 더 나아가서 SNS상에서 어떤 조직화 양식이 더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 그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잠정적인) 답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