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0일 03시 39분
초록
이 연구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사업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취하고 있는 대응 방식과 그러한 대응 유형을 결정하는 내부적 요인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우선, 비정규직의 포괄과 이익대변이라는 두 지표를 교차하여 통합과 배제, 형식적 수용과 임의적 대리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공식적인 규약과 단체협약의 조항에 근거하여 유형 분포를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배제 유형이 절반을 넘어서, 대기업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을 배제하고 있다는 통념이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대기업 노동조합의 절반 가까이는 비정규직을 포괄 또는(/그리고) 이익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 중 둘다 하는 통합 유형도 16% 남짓한 비율을 보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사업장내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비율보다 이익을 대변하는 비율이 10%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즉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가능하다면 사측과의 교섭에서 비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하려고는 하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같은 조합원으로 포괄하는 것은 더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유형을 나타내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 연구는 노동조합의 행동이 환경 조건이나 다른 행위자들과의 관계라는 외부적 요인에 따라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노사관계론적-다원주의적 가정을 거부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 대신, 노동조합의 행동은 구성원들의 의식 형성과 상호관계를 통해 결정된다고 보는 집합행동론적 접근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대응을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구성원들의 의식 내에서 분할과 결속을 형성하는 구조, 그리고 그에 의해 형성되는 노동조합 정체성의 성격을 탐구한다. 그러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 500인 이상의 대기업 노동조합으로 대상을 한정하여 외부적 조건을 어느 정도 통제한 것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의 의식 내에서 비정규직과의 결속/분할을 형성하는 일차적인 변수는 작업조직 구조이다. 작업조직 구조에서의 노동과정이 비정규직에 대한 기본적인 경험과 인식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업조직 구조에 따라 노동조합 대응 유형이 전형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외부 조건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구성원들의 의식 형성과 관련된 내적 요인으로 보아야 한다.
작업조직 구조에 따라 상당부분 노동조합 대응 유형이 예측된다 할지라도, 물론 예외적인 유형이 나타나는 사례들도 존재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식과 노동조합 정체성 형성이란 내부적 관점에서 보면, 리더십 구조를 이러한 예외적 사례를 설명할 수 있는 이차적인 내부구조 변수로 들 수 있다. 구성원들은 작업장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노동과정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일상 사업 또한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노동조합 사업을 기획하는 것은 리더십 집단들이다. 따라서 리더십 집단의 존재 양태와 관계를 의미하는 리더십 구조에 따라 비정규직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조직 구조에 비해서 리더십 구조 요인은 예외적인 사례를 설명하는 이차적 변수이다. 작업조직 구조가 일반적으로 구성원들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비해, 리더십 구조는 비정규직과 관련한 활동이 전무(全無)한 구조일 수도 있고, 구성원들의 일반적 의식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업조직 구조는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비정규직을 경험하는 방식과 정당성 문제에 대한 인식을 규정한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의 사회적 관계에서 비정규직을 동료로서 경험할 것인가, 경쟁상대로 경험할 것인가, 또는 하위집단으로 경험할 것인가가 작업조직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또 작업조직 구조는 노동과정의 동일성과 연계성으로 규정되는데, 이에 따라 구성원들은 정당성에 관련한 도덕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