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연구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사례로 하여, 가치증식과정의 연계로 연결된 상품연쇄구조가 어떻게 생산과정과 기업간 관계 및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고용체제를 변화시키는지 분석한다.   

  노동시장과 고용체제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개별 기업 수준에서 사용자의 노동력 활용전략이나 노사관계 등을 통해 고용체제를 분석하거나, 아니면 고용체제의 특징 자체를 묘사하는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기업 내적 조직화, 유연화 전략은 다른 기업과의 관계 설정, 즉 전체 산업 연관 내에서의 자기 기업의 위치 및 다른 기업과의 관계 전략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그 결과 특정 조직의 인적자원관리나 고용관계는 그 자체로 완결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 조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고용체제는 개별 기업 내부의 노동분업을 넘어선 산업 차원의 분업구조와 기업간 지배?통제관계를 통해 분석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상품연쇄분석을 도입하여 고용체제의 변화를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자동차산업에서 상품연쇄구조가 재편되는 양상을 완성차기업의 전략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상품연쇄구조가 자동차산업의 생산과정과 기업간 관계 및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다음, 그 결과 고용체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규명했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자동차산업에서 새로운 상품연쇄구조가 형성되고 있는데, 그 특징은 모듈화라는 새로운 생산기술과 종속적인 기업간 분업구조가 결합되었다는 점에서 ‘종속적 모듈 상품연쇄’(subordinate modular commodity chain)로 개념화할 수 있다. 

a. 오늘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듈화가 2000년대 들어 한국 자동차산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모듈화는 모듈이라는 보다 큰 복합부품단위를 공급하는 모듈기업을 주요 행위자로 만들었고, 이들의 존재를 바탕으로 완성차기업은 내부생산기능을 축소?외부화함으로써, 생산의 광범위한 분산을 가능케했다. 

b. 그러나 생산의 분산이 기능적 분업에 근거한 수평적 분업구조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완성차기업이 계열사를 주요 모듈기업으로 육성하고 여타의 모듈기업과 부품기업을 그 하위공급기업으로 재편하여 중층적이고 위계적인 부품공급구조를 창출했다. 

c.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한국 자동차산업에서는 완성차기업을 정점으로 해서 그 아래에 계열사 중간관리기업이 위치하고 다시 그 아래에 하위부품기업이 위치하는 위계적인 상품연쇄구조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종속적 모듈 상품연쇄에서 완성차기업의 상품연쇄에 대한 통제력은 강화된다. 

2. 종속적 모듈 상품연쇄에서 완성차기업의 생산기능은 주요 비용절감대상이 되며, 생산의 외부화는 경기변동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 모듈화는 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생산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의 특징은 ‘유연표준화’(flexible standardization)로 개념화할 수 있다. 유연표준화는 노동과정을 표준화?단순화시킴으로써 탈숙련화를 극단적으로 진전시킨다. 

a. 유연표준화는 제품의 기본구조와 설계, 가공 및 조립 공정을 표준화시킨 가운데 외부 디자인의 변화나 편의기능들의 차별적 적용, 혹은 서로 다른 모듈간 조합을 통해 제품 차별화를 진전시키는 상품생산방식을 지칭한다. 

b. 따라서 유연표준화는 생산과정의 표준화를 동반한다. 표준화된 생산기능은 완성차기업으로부터 모듈기업으로, 모듈기업에서 하위부품기업으로 이전된다. 그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노동과정은 상품연쇄에서 점하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반적으로 표준화?단순화되며, 이에 따라 숙련노동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c. 이는 노동자가 속한 기업의 상품연쇄상의 위치나 노동자의&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