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0일 03시 38분
초록
본 논문은 20세기 세계헤게모니 국가로서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케인즈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의 이행에 따른 국가의 변화를 연구한다. 케인즈주의를 국가개입주의와 동일시하고 신자유주의를 자유시장주의와 동일시하는 통상적인 관념과 달리 양자는 모두 국가의 특수한 정책적 개입방식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국가실패론’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의 신보수주의와 ‘정책개혁론’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의 신자유주의는 전후의 전통적인 케인즈주의를 기각한다는 점에서 연속성과 공통점을 갖지만 구체적인 이념·정책·제도의 측면에서 구별된다. 또 케인즈주의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는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그 속에 배태된 사회적 세력관계를 재생산하는 국가의 특수한 제도적 배치형태와 실천방식을 내포한다. 1950년대에 미국자본주의가 케인즈주의를 따르는 국가의 정책과 결합되어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주도했다면, 1990년대에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을 통해 ‘제2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바로 이 때문에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를 20세기 자본주의와 국가의 역사적 변화라는 관점에서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케인즈주의는 국가의 어떤 정책적 실천과 제도적 배치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이끌 수 있었는가,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1990년대 미국자본주의의 ‘좋은 시절’(belle époque)에 기여했는가가 해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케인즈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의 이행은 결코 자동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역사적 과정을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의 어떤 내적 메커니즘이 어떤 효과를 낳았는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1990년대에 미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역사적 조건과 원인을 밝히고, 또 그 내적 모순과 한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를 20세기 자본주의와 국가의 역사적 변화 속에 위치시키고 그 이행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동역학에 관한 분석과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과 형태에 대한 구조주의적 분석을 종합할 필요가 있다. 세계체계 연구의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은 20세기 세계헤게모니 국가로서 미국의 자본주의를 ‘법인자본주의’로 규정하고 그 역사적 국면을 산업적 축적과 금융적 축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이론적 자원을 제공한다. 자본주의 국가에 관한 구조주의적 분석은 화폐와 노동력에 대한 국가의 관리를 중심으로 20세기 미국의 국가를 ‘관리국가’(cadristic state)로 규정하고 그 정책적·제도적 변화를 분석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이론적 자원들을 종합함으로써 20세기의 대표적인 자본주의 국가로서 관리국가가 어떤 내적 메커니즘을 따라서 법인자본주의의 산업적 축적과 금융적 축적을 어떻게 재생산했는가를 밝힐 수 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확립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국가로서 관리국가는 영국자본주의로 대표되는 19세기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대응의 산물이었다. 19세기 영국자본주의에 전형적이었던 가족기업과 19세기 말 그것에 도전했던 독일자본주의에 전형적이었던 독점기업에 대한 대안으로서 20세기 미국의 법인기업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초가 되었다. 미국에서 법인기업은 세계헤게모니를 뒷받침하는 자본주의의 ‘체계적 축적순환’(systemic cycle of accumulation)을 이끈 새로운 자본형태를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관리혁명’이라는 더 광범위한 사회적 변화를 촉발시켰다. 20세기 초 진보주의 개혁운동을 계기로 ‘과학적 관리’의 원리를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관리혁명이 본격화되었고 관리주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으로 정착되었다. 노동력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는 사회행정기관들과 화폐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는 중앙은행은 서로 다른 역사적 기원을 가졌지만 ‘행정혁명’과 재무부의 발전 속에서 관리국가로 통합되었다. 법인기업의 사적 관리와 관리국가의 공적 관리는 조직과 정책을 통해 시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