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0일 03시 27분
초록
근대 도시공간은 소비문화의 황홀경이자 빈부격차의 전시장으로서, 자본주의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극명한 대조를 통해 보여준다. 외래 식민자들의 ‘문명세계’와 토착 피식민자들의 ‘암흑세계’가 공존하는 이중도시로 특징지어지는 식민지 도시공간은 이러한 모순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식민지적 이중도시는 식민권력 측에서는 지배의 안정화와 공고화를 도모하는 공간적 장치로서 고안된 것이지만, 피식민자 측에서는 역으로 전통문화의 보존·변용·발명과 외래 문물의 혼성·모방을 통해 토착 커뮤니티의 독자성을 사수하는 일상생활 속의 ‘정체성의 정치’의 근거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식민지도시의 일반적 특징에 대한 이러한 이론적 인식을 바탕으로, 본 논문에서는 일제 식민지기 서울의 도시공간의 변화 양상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그 하나는 도시공간의 변화를 주도하는 식민권력의 지배전략을 분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도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도시문화의 변화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식민지 도시공간을 ‘식민권력에 의한 지배의 물질적 장치’이자, ‘식민자와 피식민자 간의 일상적 상호작용의 물질적 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고자 한다. 전자의 특징은 건축·도시계획·이벤트라는 양식화된 실천을 통해 지배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치적 도구라는 점이고, 후자의 특징은 인종·위생·통제라는 담론적·비담론적 장치를 둘러싸고 지배와 저항의 일상화된 실천이 전개되는 사회적 장이라는 점이다.
본 논문에서는 러일전쟁의 발발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이르는 시기(1904~45)의 서울의 도시사를 도시정치·도시공간·도시문화·동화정책 등의 도시내외적 변수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네 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 식민권력의 지배전략과 도시공간의 정치학의 전개 양상을 살펴보았다. 우선 러일전쟁의 발발로부터 경성부(京城府)의 성립에 이르는 제1기(1904~14)와, 도심부의 주요 상징건축물 및 간선도로망이 완비되는 제2기(1914~26)는, 조선왕조의 5백년 도읍지 한성이 일제의 식민지수도 경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서 서울의 식민도시화 전기(1904~26)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식민도시화 후기(1926~45)는 식민지 행정수도로부터 소비자본주의적 대도시로의 전환 과정으로서, 경성시가지계획이 실시되는 1936년을 기준으로 하여, ‘문화정치’ 이후 식민지 통치체제의 안정화를 바탕으로 경성이 식민지수도로서 본격적인 도시 성장과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제3기(1926~36)와, 확장된 ‘대경성(大京城)’의 속출하는 도시적 갈등과 사회적 모순들이 군국주의적 전시총동원체제의 수립을 통해 봉합되는 제4기(1936~45)로 양분된다. 각 시기별 특징적 양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기는 정치적·군사적 급변기로서, 러일전쟁을 계기로 한 군사적 점령으로부터 서울에 대한 일제의 독점적 식민도시화가 본격화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적 식민도시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 한 축을 이루는 것은, 개항기 남산 북록 진고개 일대의 협소하고 열악한 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출발한 일본인 거류민세력이 청계천 이남~용산에 이르는 한성의 남반부 전체로 세력을 확대해가는 점진적인 영역 확장의 양상이다. 다른 한 축은, 통감부·총독부 권력이 5백여년의 왕조수도의 구조적 관성과 대한제국의 정치적 저항을 제압해가는 정치적 식민화의 과정으로서, 군대 및 헌병경찰에 의한 감시와 억압과 전통적 지배체제를 활용한 통치라는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하여 전개되는 전면적인 정치·군사적 침략의 양상이다. 1914년 경성부가 역사도시(성곽도시) 내부에 있어서의 남촌과 북촌의 대립을 포함하는, 역사도시와 군사기지(용산지역)의 병립으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표주박형 이중도시’로서 성립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2기는 총독부청사와 조선신궁이라는 양대 기념비적 상징건축물의 건설과 시구개정사업을 핵심으로 하는&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