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1시 18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특히 가장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군(軍)에서 ‘여풍’(女風)은 거세다. 여군 확대 추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과 남성 자원의 한계가 맞물려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최근 여군 관련 연구가 늘고 있다. 여군에 대한 연구는 주로 여군의 역할, 인사정책, 인력 활용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사용자인 군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여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주로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민간대학에서 위탁교육중인 여군에 의해 양적방법론에 기초한 직무만족에 관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는 여군의 주관적인 태도에 주목했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을 갖지만, 주관적인 태도를 오로지 직무만족에만 한정시켰다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군에 대한 계층의식 연구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계층의식이란 사회계층의 위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거나 특정 계층지위에 주관적인 일체감을 귀속시키는 것으로, 생산관계의 구조나 사회경제적인 지위에 의해 단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공통경험과 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즉,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많은 여성들이 직업으로서 군인을 택하는 현상의 접점을 파악하고 설명하기 위해 계층의식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군의 계층의식에 대해 분석한다. 둘째 여군의 계층의식 결정 요인에 대해 알아본다. 이를 위해서 여군 장교, 부사관, 후보생을 대상으로 총 299부의 설문을 실시하여 양적분석을 시도하였다. 여군의 계층의식 및 그 결정요인의 명확한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성별에서 공통점이 있는 민간여성(한국종합사회조사 2009), 그리고 군인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남군’(김유진, 2008)과 비교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파악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군의 계층의식은 민간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양 집단 간 계층의식 격차는 여군 장교-비슷한 수준의 민간여성에서 두드러졌고, 여군 부사관-비슷한 수준의 민간여성에서는 그 격차가 크지 않았다. 여군이 민간여성보다 높은 계층의식을 보이는 것은 경제침체가 민간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친 반면 상대적으로 직업안정성이 높은 여군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군과 민간여성 간 계층의식 격차가 부사관보다 장교에게서 확연하게 나타타는 것은 여군 장교가 부사관에 비해 확대되고 있는 여군의 입지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둘째, 여군의 계층의식은 ‘남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첫째, 전체 사회 속에서 여성의 급여수준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은 것에 비해 여군의 급여는 같은 계급에서 ‘남군’과 비슷하다는 점, 둘째, 여군은 주로 하위계급에 포진해 있어 동일 계급에서 남군에 비해 만족도가 높다는 점, 셋째, 여군은 남군보다 맞벌이 비율이 높아 가구총소득이 높다는 점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여군 후보생의 계층의식은 그들의 1차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소위 및 하사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후보생과 소위 및 하사 간의 관계를 연속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고, 임관 후 급격하게 변화하는 주변 환경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여군의 계층의식 결정에 경제관련 변수, 직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변수들이 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기혼 여군의 경우 추가적으로 배우자 관련 변수가, 여군 장교의 경우 ‘학력’ 변수가 계층의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여군과 비슷한 수준의 민간여성은 ‘학력’과 경제 관련 변수만이 계층의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여군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민간여성에게 있어 ‘학력’ 변수의 영향력이 가장 컸던 것은 이들이 단일 직종에 근무하지 않고 ‘학력’에 따라 직종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군에 비해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취업을 할 경우 학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에 기인한다. 장교만을 대상으로 한 ‘남군’은 ‘직업만족도’, ‘사회이동가능성’ 변수가 계층의식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으로 여군 장교는 경제 관련 변수의 영향력이 크고, ‘직업만족도’ 변수의 영향이 약했던 반면, ‘남군’은 경제 관련 변수의 영향력이 약하고, ‘직업 만족도’ 변수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여군과 남군의 생물학적인 성별 차이와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 군에서 소수자이자 비(非)기득권층인 여군의 입지가 상호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
이상의 분석결과는 우리 군과 여군, 여성 모두에게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먼저 여군의 계층의식이 민간여성과 ‘남군’보다 높다는 것은 여군 발전을 위해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군의 높은 계층의식은 다소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장교 후보생이 소위보다 높은 계층의식을 보이고 부사관 후보생은 하사보다 높은 계층의식을 보이고 있다. 여군의 계층의식 결정에 경제관련 변수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직업만족도의 영향은 미미하다. 군의 고유한 특징을 잘 함축한다고 할 수 있는 ‘계급’ 변수의 영향력도 거의 없다. 이러한 결과는 ‘직업만족도’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남군’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여군의 계층의식 결정요인은 직업적인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 ‘남군’보다 성별에서 공통점을 갖는 여성과 유사한 측면이 크다. 상당히 높은 계층의식을 보였던 여군 소령과 상사의 경우도 군 관련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그때까지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할 때 여군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첫째, 무엇보다도 여군이 군에서 갖는 비율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과거에 비하면 여군의 규모가 커졌고, 이에 따라 최근의 여군 연구는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군이 출산과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이에 따라 군인으로서 역할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전역하는 것은 상당 부분 그들이 군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여군이 계속해서 군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은 군인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군에 입대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여군이 되었지만 장기복무자로 선발되지 못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군을 떠나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뽑아놓고 다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장기복무자로 선발이 되지 못한 여군뿐만 아니라 군,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장기복무 선발뿐만 아니라 출산 및 육아 문제가 주로 여군의 경력단절을 불러온다. 출산과 육아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일부 여군들은 직업적인 역할을 축소하거나 심지어는 전역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군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적극적인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이를 허락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한계는 다양한 여군 계급에 대한 표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전체적인 통계 결과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여군과 여성, 그리고 군과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