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1시 18분
본고는 뒤르케임(É. Durkheim)의 직업집단론을 코포라티즘적 함의를 중심으로 검토한 후, 그 의의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다. 직업집단론은 『자살론』, 『사회분업론』의 「개정판 서문」, 『직업 윤리와 시민 도덕』에서 제시되는 사회개혁안으로서, 직업집단‧동업조합을 중심으로 한 일국적 산업체계의 재편계획을 내용으로 한다. 이것은 뒤르케임의 문제의식(경제적 탈규제‧아노미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가장 구체적인 제도적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또 그의 제안은 당대 유럽 대륙에서 유행한 코포라티즘에 정확히 해당하는 만큼, 본고는 그것을 코포라티즘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본고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사회과학에서 논쟁적인 개념인 코포라티즘에 대한 엄밀한 정의를 시도했다(1-2장). 초역사적 정의를 무리하게 시도하는 대신, 개념사적 접근에 따라 그것이 역사적으로 가졌던 다양한 의미를 구분하자는 것이 본고의 문제의식이었다. 본고에서 논하는 코포라티즘은 “19세기 초에 태동, 1870-1940년 동안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유행한 경제‧사회 사상”을 가리킨다. 그것은 유기체적 사회관에 근거하여 현대 사회의 조화와 통일을 꾀했고, 중세 길드 질서를 현대적 형태로 변형하고자 했다.
본고는 뒤르케임 문헌 검토에 앞서, 그를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동시에 대표적인 코포라티스트로 만든 지적‧사회적 배경을 분석했다(2장). 지적 배경으로서 중요한 것은 프랑스 사회학(생시몽·콩트·뒤르케임) 내의 다양한 親코포라티즘적 요소다. 그리고 사회적 배경으로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사회학과 코포라티즘을 배태한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무질서적 조건으로서, 이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상대적 저발전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둘째는 18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영국 헤게모니의 위기로서, 상술한 프랑스적 조건과 결합하여 제3공화국의 안정화를 저해했다.
이어서 본고는 뒤르케임 저작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진행했다(3-5장). 3장은 뒤르케임의 1880년대 작업들을 검토하는데, 이것들은 초기부터 형성된 그의 ‘코포라티즘적 사회관’을 잘 보여준다. 이 시기에는 ‘직업집단’ 개념이 아직 출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유기체적 사회관, 도덕에 대한 문제의식, 공동체에 대한 강조, 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관점 등, 사실상 모든 코포라티스트가 공유하는 요소들이 이미 발견된다. 이 점에서 이 시기는 미래의 직업집단론을 위한 중요한 준비기였다. 특히 이 시기의 뒤르케임은 생시몽‧콩트의 유기체적 사회관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시하며, 또 그 과정에서 셰플레를 비롯한 독일의 유기체주의적 사상들에 크게 주목한다.
4장은 1890년대 초 작업들, 특히 『사회분업론』을 검토한다. 뒤르케임은 이 시기 동안 사회 진화라는 문제와 씨름하면서, 유기체적 사회관의 갱신(更新)을 시도한다. 게다가 그는 이 과정에서 ‘직업집단’에 최초로 주목한다. 그는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의 변화를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의 진화로 이해하는 가운데, 현대 사회의 유기적 연대와 개인의 자유를 양립시킬 제도로서 직업집단을 제시한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