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아토피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모성의 역할에 대한 연구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토피는 아직까지 질병의 규정, 진단, 원인, 치료 등에 대해 확정된 지식과 실천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발병의 증가와 중증화, 만성화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를 의료사회학에서 최근 논의되는‘경합하는 질병’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여 아토피를 둘러싼 관련 행위자의 담론과 실천의 특징을 담론분석의 방법론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본 고는 아토피가 한국 사회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틀지워지는 과정에 모성이 중요한 역할을 함을 밝히고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질문과 그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연구 질문은 한국 사회에서 아토피 담론의 내용과 특징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가 이며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된 의학계의 아토피 담론은 규정, 진단의 모호성과 병인의 다양성, 치료법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이에 대한 다른 행위자들의 전유를 불러온다. 특히 스테로이드 부작용이라는 치료법의 한계는 1990년대 후반부터 탈스테로이드 문제를 중심으로 한 환자 커뮤니티의 아토피 담론 생성에 기여한다. 그러므로 환자들의 아토피 담론은 서구의학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대항담론의 성격을 띠지만 그 안에 불일치와 균열을 함유하며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양상을 띤다. 이 과정에서 “아토피안”이라는 집합적 환자 정체성과 환자 전문지식이 발달한다. 또한 환자들의 아토피 담론은 아토피피부염의 심각성과 고통을 부각하며 아토피를 하나의 사회문제로 등장시킨다.
2000년대 초반, 환자들의 아토피 담론과 동시에 사회운동단체와 미디어의 아토피 담론이 등장하고 증가함으로써 아토피는 점차 사회의제화된다. 미디어는 아토피의 심각성을 아토피피부염 위주로 보도하여 보편적 어린이 질병으로 개념화한다. 운동단체에서 아토피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어린이 환경성 질병으로 개념화되어 미래 세대의 환경권과 건강권과 관련된 문제로 설정된다. 2000년대 중반, 진보정치권은 운동단체의 아토피 담론과 결합하여 아토피를 ‘녹색정치’의 상징으로 전유하고 환경보건 문제로 다루고자 한다. 진보정치권의 문제제기는 정부의 환경보건정책에 수용된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정부의 아토피 담론은 ‘어린이 환경성 질환’에서 환경성의 정치적 의미를 탈각시키며 아토피를 어린이 건강문제의 하나로 설정한다. 그리하여 아토피는 학교, 보건소, 가정 등에서 예방관리되는 잠재적 어린이 질병으로 제도화된다. 또한 아토피 정책과 사업의 확대는 아토피를 지역 경제를 부흥시킬 친환경 치료 사업으로 다루는 지자체의 담론을 생산한다.
다음으로 두 번째 연구질문은 아토피 담론의 형성 과정에서 모성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며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모성 경험과 정체성은 아토피의 사회의제화와 정치의제화의 핵심 동력이었다. 운동단체의 아토피 의제화는 아토피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활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아토피의 정치의제화는 어머니의 자격과 경험, 입장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모성은 아토피의 사회적 구성에 핵심 행위자성이다. 이 때 이 모성의 특징은 연약하고 민감한 자녀와 환경을 지키는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수호자로 나타난다. 아토피맘은 이 주체성을 표현하는 용어로 아토피와 모성의 관련성을 잘 드러내준다.
그러나 모성은 관련 행위자들의 아토피 담론에서 언제나 동원가능한 대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의학계의 담론에서 모성은 아토피 악화나 경과에 관련된 환경요소로 기능한다. 정부의 담론에서 어린이 건강의 위험요소로서 아토피를 예방하고 책임질 주체로 모성이 설정된다. 이는 운동단체의 담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모성 경험과 정체성은 위험사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