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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신체성을 중심으로 본 프란츠 파농의 사회학적 재해석 -

2016년 10월 07일 10시 41분


초록

본 논문은 프란츠 파농의 주요 저작들을 ‘신체성’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파농을 사회학적으로 유용한 이론가로서 독해하고자 한다. 식민주의와 인종주의라는 제도적 억압체계를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역설에 대한 파농의 관심은 추상적 차원과 실제의 분석적 차원에서 모두 몸의 사회학에서 몸이 대상이면서도 주체가 된다는 역설과 연동되어 있다.

  먼저 프란츠 파농은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통해 당시(1940년대) 프랑스 식민주의 하에서 식민지 유색인들과 원주민들의 몸이 어떻게 재현되고 통제되는지에 대해 기술한다. 식민권력은 식민지에 서구의 지식체계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가정되는 전제들, 즉 인종과 섹슈얼리티, 욕망, 젠더 등의 근대적 몸적 범주를 구축해가면서 알제리를 인구학적인 요소들로 분할하였다. 그런데 피식민지인들은 서구와 식민지배자(이주민)들이 끊임없이 전형화하는 담론적 작업에 참여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들이 꿰맨 ‘옷’(담론적 재현)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구의 담론체계 안에서 자기정체화를 시도하는 원주민들 자신의 몸은 그러한 시도에 저항하는 방해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몰락하는 식민주의』는 몸의 주체성이란 식민권력에 대한 투쟁 과정에서 체현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파농은 소수인 독립군의 게릴라 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전투성과보다 그것이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해지면서 전체 알제리 민중에게 야기하는 효과에 집중한다. 파농이 이야기하는 효과는 개개인의 몸짓의 변화에서부터 근대적 기술과 지식에 대한 태도, 더 나아가 ‘알제리 민족’이라는 공통적 정체성을 체현하는 것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된다. 그것은 새로운 몸적 도식들을 체현시키는 과정이며, 동시에 독립과 해방이라는 특정한 지향성을 통해 몸과 의식이 일치되는 실천의 과정(‘리듬’)을 의미했다. 파농에게 있어 이러한 과정들이야말로 탈식민화를 위한 선행조건이었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에서 파농은 프랑스 식민주의가 표방하는 동화주의나 휴머니즘의 역설을 지적하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인종주의와 같은 식민주의적 상황을 무시하는 도그마적인 측면을 비판하며, 민족 엘리트들이 규정된 틀로 민중을 재단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타자적인 몸들을 배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민족주의를 거부한다. 마지막으로 파농은 네그리튀드 운동을 인종적 차이를 본질화하는 것으로 부정한다.

  기존 정치에 대한 비판을 통해 프란츠 파농은 탈식민화 과정에 있어서 달성되어야 할 ‘새로운 휴머니즘’을 역설한다. 탈식민화는 무엇보다도 식민주의 하에서 몸이 분류되었던 방식들과 거기에 기반한 기존의 몸적 도식들을 해체함으로써 달성되어야 한다. 그가 알제리 독립투쟁을 긍정했던 것은 그 속에서 새로운 체현의 양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신체성에 대한 고려 없이 파농의 정치학을 배타적인 민족주의 혹은 폭력론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그가 ‘혁명의 존재양식’이라고 부른 것을 파악할 수 없게 한다. 파농에게 있어 혁명은 역사의 어디엔가 완성된 형태로 도래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방해공작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던 <알제리의 소리> 라디오 전파처럼 해방에 대한 열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들을 체현하도록 하는 효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혁명은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 몸이 나타내는 저항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일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