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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상수도 정책의 전환에 관한 연구 -개발주의에서 시장환경주의로-

2016년 10월 07일 10시 34분


초록

환경문제는 시장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공공성의 증진을 위해선 국가의 개입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규제보다는 소유권을 확립하고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 민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수도 민영화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공공서비스로 제공되어오던 수도 사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신고전파 경제학이나 공공선택이론, 신공공관리론에 입각하여 상수도 민영화를 옹호하는 주장은 제한적인 단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초기에 민간기업에 의해 주도되었던 수돗물 공급이 공공서비스로 전환되었던 역사적 사실이 정부실패 논의 속에서는 사라져버릴 뿐만 아니라 상수도 보급이 국가주도로 급속히 확산되고, 상수도 민영화가 추진되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도 드러나지 않는다. 본 논문은 상수도 민영화 정책의 도입 과정을 추적하고 상수도 정책이 개발주의에서 시장환경주의로 전환된 것으로 분석함으로써 상수도 민영화가 정부실패 논의에 갇히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다.

상수도 민영화 정책의 도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주의적 상수도 정책의 형성과 사회?생태적 한계를 되짚어봐야 한다. 수돗물이 처음으로 공급된 것은 100여년 전의 일이지만 상수도 보급이 빠르게 늘기 시작한 것은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960년대 이후의 일이다. 개발국가의 경제성장 전략에 따라 공급위주의 물 정책이 시행되었고, 상수도 정책도 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부는 공급확대를 최우선의 목표로 하여 상수도 시설을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며 상수도 보급을 늘리는데 앞장섰다. 저임금 노동력의 재생산과 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요금은 강력하게 규제되었지만 생태적 문제는 사실상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1989년 수돗물 오염사고를 시작으로 거의 해마다 수돗물 사고가 발생하면서 개발주의적 상수도 정책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돗물 사고는 농어촌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사실상 상수도 보급이 완료된 것과 맞물려 수돗물 문제를 양에서 질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개발주의적 상수도 정책의 관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광역상수도확장이나 지방상수도 시설확충과 같은 공급중심정책으로 대응했다. 이로 인해 재정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게 되자 재정적 압박은 더욱 커졌다. 한편 건설부와 수자원공사가 주도한 공급중심정책이 수질문제에 직면하게 되면서 1994년 수질관리와 지방상수도 관리는 환경부로 이관되었다. 상수도 관리체계가 이원화된 것이다. 나아가 물 수요를 과잉추정하여 공급확대를 정당화하던 공급중심정책은 물 수요가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이원화된 관리체계의 문제와 맞물려 상수도의 과잉?중복투자를 야기했다. 설상가상으로 환경운동이 성장하면서 공급중심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수요관리의 도입과 물관리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공급중심정책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상수도 민영화 정책이었다. 상수도 민영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모색되기 시작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IMF 이후 실시된 공공부문 구조조정이었다.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2001년 환경부가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되었다. 정부는 상수도 사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경쟁을 강화시키고자 했다. 나아가 상하수도 통합 또는 유역단위 광역화를 통해 환경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상수도 민영화는 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했다. 199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상수도 민영화는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되었고, 정부는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지방정부 등의 반대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물산업육성정책이 그 역할을 했다. 물산업육성정책은 수자원공사와 환경부, 물기업 등의 이해관계를 조율함으로써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시켰다. 그 결과 상수도 민영화는 물산업육성정책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상수도 정책은 개발주의에서 시장환경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소유구조와 운영형태, 규제체계, 정책의 초점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국가주도의 공급중심정책과 다르다. 그러나 시장환경주의로의 전환이 개발주의적 상수도 정책의 문제들을 온전히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시장환경주의는 환경비용을 내부화하여 개발주의의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환경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뿐만 아니라 제한적으로나마 보장되던 형평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인 반발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개발주의적 상수도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대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 기본권을 정립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물 이용의 원칙을 확립한 후 민주적 과정을 거쳐 대안적인 수도사업의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시장환경주의에 기반한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개발주의적 상수도 정책의 문제를 대단히 협소화시킬 뿐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