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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수도권 위성도시의 신·구시가지 간 사회적 관계 구조에 대한 연구: 성남, 분당의 사례 -

2016년 10월 07일 10시 34분


초록

90년대 이후 서울의 위성도시로 건설된 신도시들은 기존도시의 공간구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체계적인 도시계획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한 기존도시에 수십만에 이르는 대규모 인구가 유입되면서 신?구도시 주민간의 사회적 불화, 지역 불균등 발전, 기존 구시가지의 쇠락 등 새로운 도시문제를 낳게 된다. 본 연구는 이처럼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 초래한 기존도시의 사회?공간구조의 변화와 신?구시가지 사이에 형성되는 새로운 관계에 주목하였다.  

20여년의 시간차를 두고 상이한 역사적 맥락에서 차별적으로 건설된 성남과 분당은 성남시라는 동일 행정구역 내에서 전혀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갖고 공존하는 ‘분절된 도시(divided city)’의 전형적인 형태로 성장한다. 분당이 성남시에 외삽된 이후 두 공간은 외적으로 완전히 구분되고 독립된 도시공간(two city)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성남과 분당 사이의 확연한 차이와 구별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과거 차별적으로 형성된  신?구도시간의 사회 경제적 상호작용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신?구시가지 사이에 기능적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많은 선행연구 결과와 달리 성남?분당은 오히려 상호의존적인 공간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성남?분당은 서울을 포함하여 신?구시가지간의 상호작용의 측면을 검토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관계적 성격을 갖는다. 도시체계는 공간의 개별적 속성이 아닌 공간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연계성을 토대로 관계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이 논문은 2002년 수도권 가구통행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서울과 성남, 서울과 분당, 성남과 분당을 교차 통행하는 이동패턴을 분석하여 신?구시가지 간의 위계적 상호의존과 공간분업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물리적 공간상의 공간적 분리(Segregation)와 사회적 공간상의 공간분업(Spatial Division)은 성남과 분당이라는 사회적으로 생산된 공간에서 중첩되면서 일련의 상호작용과 위계적이면서 동시에 의존적인 관계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기존에 형성된 구도시 인근에 신도시가 개발된 수도권 주변지역들은 기본적으로 성남?분당과 유사한 관계구조를 맺고 있다. 그러나 성남?분당의 특수성은 두 공간의 계급?계층구조가 대단히 획일적이고, 사회?공간적 분리의 양상이 어느 곳보다 확연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나아가 확연한 공간분리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과 접촉이 비교적 활발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가진다. 성남?분당의 사회적 관계구조는 이러한  공간분리와 상호의존(공간분업)의 역설적인 결합체계로 정의할 수 있었다.  ‘분리-의존’의 도시체계, 즉 분명한 사회공간적 분리에 기초한 위계적인 공간분업으로 구성되고 작동하는 이념형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자료의 분석결과, 분당의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나 종사상의 지위가 높은 인구들로 기동력이 높아 서울통행 및 지역간통행의 정도가 높다. 이들은 서울과 성남 등 지역적 경계와 거리상의 마찰력을 극복하면서 노동분업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점유한다. 반면 성남 구시가지 주민들이 분당 신도시로 통근통행하는 경우에 직업지위, 고용상태, 소득수준에서 뚜렷한 하향이동의 형식을 취했다. 경제적?문화적으로 지역 중심지로 성장하기 시작한 분당은 도시생활에 필수적인 도시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시장능력이 취약한 성남 구시가지 주민들에게 의존한다. 이러한 분업구조는 지역격차로 인해 불균등 발전하는 성남?분당의 양극화된 도시체계를 지탱하하는 효과를 갖는다.  

성남시는 서울과 위성도시 간의 ‘중심도시와 주변도시’의 양자관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보다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양상에 의해 규정된다. 중심도시 서울과 주변도시격인 성남?분당이 맺는 기능적 의존관계는 성남과 분당의 상호작용이 더해지는 삼자관계(triad)의 형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성남-분당’의 삼자관계는 수도권 광역화에 따른 교외지역의 형성이나 직장-거주지 불일치 현상에서 나타나는 기능적 관계를 성남시라는 지역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재현한다. 성남? 분당은 하나의 도시(성남시)로 결합되면서(dual city) 서울과의 기능적 관계와 구분되는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 양자관계를 구성한다. 서울과의 위계구조가 만들어낸 성남 구시가지는 역시 서울과의 기능적 연계를 기본으로 하는 분당과의 ‘분리와 의존’이라는 특유한 관계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공간적 관계는 성남?분당이 각각 기존의 도시특성을 재생산하는 이중적 구속력으로 작용한다.

성남과 분당의 상호작용과 상호의존은 차별적으로 형성된 도시공간을 재생산하는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들이라 할 수 있다. 성남과 분당은 사회경제적 거리가 매우 극명하면서도, 지리적 근접으로 인해 상호작용의 성격은 대단히 직접적이다. 상징적 차원에서 성남이 하층민의 도시, 노동계급의 공간으로 규정되는 반면 분당은 중산층의 교외주거지로서 인식된다. 분당주민들의 독립시 요구는 지방세의 배분과 같은 경제적 이해갈등의 측면도 있지만 성남 구시가지와 구별짓기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하고자 하는 집단적 욕망의 표출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성남? 분당의 위계적인 상호의존은 성남시청 이전이나 시립병원 건립투쟁에서 보듯 분명한 사회공간적 효과를 생산한다. 또한 성남과 분당의 관계구조는 서울과 성남, 서울과 분당이라는 기능적 분업체계에서는 발현되지 않았던 사회계급적 차별성을 공간적으로 표현한다. 성남시의 도시문제와 현안들은 단순한 지역간의 이해갈등만이 아니라 사회계급적인 갈등의 성격을 갖는 것이다. 성남시의 도시성은 이처럼 서울과의 의존관계와 성남시 내부의 상호의존관계가 중첩되면서 형성된 복합적인 도시체계로 보아야 한다. 성남과 분당이 서로 교차하고 의존적인 관계구조를 형성하면서 생산한 공간적 효과는 결과적으로 성남지역의 특수한 도시체계를 지탱하고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