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31분
초록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국제 질서는 더 이상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즉 좌?우 진영의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다. 공산주의 국가의 몰락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전지구적인 확산을 가속시켜 왔으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주도아래 세계질서는 재편되었다. 한국사회 또한 이렇듯 급변하는 국제적 환경변화 속에서 정치적?경제적 성장을 경험해왔다. 1990년대 이후 국내적으로 민주주의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왔으며, 북한과의 관계도 국민의 정부 이후 ‘햇빛정책’의 영향으로 크게 호전되어왔다. 1990년대 후반 한차례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기도 하였으나 이를 극복하고 꾸준한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 이러한 정치적?경제적 발전은 사회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켜 왔다. 국내외의 환경변화에 따라 민군관계 또한 변화하였다. 민군관계의 변화는 국가안보 및 군의 역할에 대한 민군 집단 간 인식격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본 논문은 안보의식에 대한 인식이 민과 군 사이에 어느 정도 유사성과 상이성을 보여주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민군 간 인식의 수렴과 차이가 민군관계에서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분석결과 민군 간 인식격차가 크게 나타난 곳도 있었고, 민군 간 인식의 수렴을 보여주는 곳도 있었다. 국가안보의 위협요인, 한미관계, 북한의 위협, 군 관련 현황, 군 규모 및 국방예산의 규모 등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민군간의 격차가 비교적 컸다. 안보상황 평가, 일본?중국?러시아에 대한 인식, 군의 활동, 군에 대한 신뢰도, 종교적 병역거부 및 직업군인에 대한 인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민과 군이 안보의식에 있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인식격차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민군 간 인식격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세계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안보개념의 변화, 그리고 냉전과 탈냉전이라는 두 역사적 시기가 공존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환경의 특수성을 꼽을 수 있다.
어떠한 민군관계가 바람직한 민군관계인가 하는 것은 국가마다 다르다. 해당 국가의 역사나 문화에 따라 다르고, 안보환경 및 정치?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가치, 군의 제도적 위상과 역할, 그리고 국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따라 다르다. 동일한 국가라 할지라도 사회는 물론 군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민군관계라는 것도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군 간 지나친 인식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그 기능상의 특수성과 상이성으로 인해 민과 군이 동일한 가치, 태도, 의식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군이 모사회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하위 사회체계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민군 간 상호 배타적이고 대립적인 의견이나 인식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다르지만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주장은 한국의 민군관계에서도 중요한 지향점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