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31분
초록
한국사회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가족해체현상이 공개적인 토론대상이 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이미경, 1999; 78) 여전히 가족을 정의하고 인정하는 데 있어 매우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즉 ‘배타적 일부일처 부부와 자녀’ 로 구성된 공동체만을 정상적 결혼생활의 기준으로 삼는 가족 이데올로기를 고수해 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가족 이데올로기의 유지에 영향을 끼쳐온 법조항 중 하나인 ‘간통죄’ 조항에 주목하고자 한다.
1953년 7월,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팽팽한 논쟁 끝에 간통을 쌍벌죄로 규정하는 법안adultery law(형법241조) 간통죄의 내용은 결혼한 사람이 혼외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1년 이하의 형에 처하는 법으로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
이 통과되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관계를 가질 경우 상간자와 함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제정의 배경에는 당시 만연해있던 축첩관행을 뿌리뽑고 결혼한 남성에게도 여성과 똑같은 정조규범을 심어주고자 했던 여성계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는 성윤리의식의 강조를 통해 일부일처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재생산 구조를 안정화시킴으로써 전후 빠른 사회재건에 이바지하고 ‘근대적인’ 삶에 다가가기 위한 법 입안자들의 정치적 필요 때문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동안 남성의 혼외관계는 용인되고, 여성에게만 정절의 규범이 강요되었던 당시 사회문화적 관례에 비추어 볼 때, 간통의 쌍벌규정은 매우 획기적인 법안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간통죄 조항은 그 존폐 여부를 두고 여성계·형법학계 및 시민사회에서 자주 논란이 되어왔다. 지난 1990년, 1993년, 2001년에 간통죄 폐지 헌법소원이 청구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모두 기각(합헌)판정을 내린 바 있으며, 지난 1992년 형법개정시도와 1994년 4월 국회 법사위의 간통죄 폐지 공청회, 그리고 2005년 10월 간통죄 폐지 국회발의(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 대표발의) 당시에도 존폐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인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아직 폐지되지 않고 2007년 현재에도 여전히 계류중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방적인 성(性)담론과 가족에 관한 다양한 가치관 및 사생활 보호권이 사회적 지지를 얻으면서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1985년 형법개정작업 당시부터 법무부와 형법학계에서는 간통행위의 윤리적 판단을 떠나 개인의 성적 행위를 국가가 형법으로 규제·처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온 바 있다. 즉 간통죄 폐지는 세계적 추세이며 국가공권력의 과잉이라는 뜻이다(차병석, 1987; 최영승 2000). 한편 여성계의 경우, 1950년대부터 활동해온 여성단체협의회 계열의 활동가들은 간통죄가 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며,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진보적 여성단체’로 분류되는 주류 여성계(여성단체연합)나 ‘영 페미니스트’들의 경우, 여성 재소자의 상당수가 간통죄라는 점, 간통죄의 처벌이 여성의 삶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 ‘이성애 정상가족’ 형태만을 보호하는 제도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간통죄를 폐지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일다 간통죄 폐지 성명서(200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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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 하에 본 논문에서는 국내에서 1920년대 이후 형성된 가족적 이상, 즉 배타적 부부관계를 전제로 한 일부일처의 결혼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1953년 제정된 ‘간통죄 쌍벌조항’을 중심으로 법 제정 당시 나타났던 담론과 폐지논의가 확산된 시기(1990년대 이후)의 담론비교를 통해 간통죄에 대한 논쟁지형의 변화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