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0시 24분
초록
시민사회에 대한 개념은 사회과학계에서 널리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합의된 규범적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적인 개념에서 분석적인 개념으로 점차 변화해 나가는 시민사회 개념에 내재하고 있는 이와 같은 혼란은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필자는 이 논문에서 시민사회를 더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틀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분석틀의 응용성도 증명하고자 했다.
기존의 연구들의 다수는 시민사회와 다른 영역 (국가, 가족, 시장)들을 뚜렷하게 분리, 구분하면서 공시(synchronic)적인 분석을 실시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시민사회와 다른 영역(social sphere) 간의 역학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실시하고 있지 않으며, 시민사회에 속하는 조직들이나 행위자들의 범위와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널리 시용되는 한 가지 정의에 따르면, 시민사회는 제도, 조직 및 개인으로 구성되면서 행위자들이 자유로이 결합하여 공통적인 이해를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이며 가족, 국가와 시장 중간에 위치한다고 한다. 이 같은 정의는 시민사회내의 행위자들을 진보적인 영역의 행위자들로만 한정하지 않고 더 포괄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담론들은 특수한 (특히 폭력적이거나 보수적인) 구성원 및 조직체들을 시민사회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 같은 접근은 시민사회를 둘러싼 모호성을 강화시켰으며, 더 통일적인 연구 설계를 가로막으면서 시민사회와 인접한 영역 간에 존재하는 상호 순환적인 영향관계를 숨기는 역할을 해왔다. 필자는 이러한 지형적(topographical)인 접근 방식보다는 통시(diachronic)적인 접근을 통하여,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인접한 영역들(일차적 사회화의 영역, 정치권력의 영역)과의 상호작용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시민사회와 인접 영역과의 상호관계는 기든스가 말한 “구조화”(structuration)적인 관계라고 규정할 수 있으며, 필자는 구조화 과정에서 특별한 위치를 지니는 것은 시민사회의 특수한 성질이라고 주장했다.
구조화 과정을 분석틀로 해서 재해석하면 일차적(primary)인 사회화의 영역은 기본적인 정체성(identity)이 개별적으로 출현되는 영역이라 하고, 시민사회는 이렇게 출현된 정체성들이 전개되어 공동행위(collective action)를 통해서 공고하게 공동적 정체성과 이해관계로 세력화되는 영역이라 하겠다. 이러한 지속적이고 우연(contingent)적인 과정을 통하여, 시민사회 내에서 정체성과 이해관계들은 연대와 공동행위를 정착시키는 힘이 되면서 여러 사회 집단들이 비가족적이고 자발적인 공동체들을 형성하게 한다.
시민사회 영역 내에는 다양한 공동행위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연속선상에서 살펴본다면, 한 쪽으로는 조직화되지 못한채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공동행위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높은 수준으로 조직화된 공동행위가 있으며 중간에는 중위정도 조직화된 공동행위가 존재한다. 정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민사회 행위자들은 높이 조직화된 행위자이며, 여기서 정치 질서의 반대세력과 지배 찬성세력도 포함된다.
시민사회영역에서 조직화되고 공동행위를 형성시키는 다양한 이해관계들은 정치영역 내부에 들어가면 정치제도의 의사결정기구로 협상되고 (정당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 제체의 경우) 새로운 엘리트집단들이 형성되면서 질서를 유지하는 정책에도 변화들이 일어난다. 이런 과정으로 구조화된 제도 및 정책들이 일차교육의 영역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힘을 지니며, 근대화 과정으로 인해서 생긴 광범위한 교육기구 및 여러 가지 매체들과 함께 사회화를 정밀히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현재의 사회제도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한 개입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정치영역은 정치화된 이해들을 직접 일차사회화 영역으로 전할 세력을 획득했으며 가족영역의 영향력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을 사회화라는 동적인 과정의 일부로 재구성하고자 했으며, 일차사회화영역 및 정치영역과 구조화 관계에 대한 통일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의를 제시하고자 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기든스의 구조화 개념으로 되돌아가고 “구조화” 는 사회 영역들 간에 존재하는 실체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충분히 제기한 뒤, 실질적으로 구조화 관계는 일차사회화 영역, 시민사회영역과 정치영역들을 관계 맺는다는 것을 주장했다. 본 논문을 구성하는 많은 작업은 개념적인 작업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적인 과정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시민사회 개념은 훨씬 더 유용한 분석틀이 될 것임을 기대한다.
1장에서 Locke와 Hegel로부터 시작한 시민사회라는 개념의 역사적 흐름을 제시한 다음에 2장에서는 구조화라는 개념과 시민사회의 담론의 상호관계를 살펴보았다. 논문의 4장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사회의 일차사회화 영역에서 생겨나는 identity들을 검토함으로서 3장에서 언급한 순환적인 사회구조화 과정의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회화의 영역은 시민사회의 영역에 들어갈 원료가 형성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장기적 흐름과 그 영역 안에서 발생할 갈등들을 파악하고 예견하는데 있어서 이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일차사회화 영역 내부에서 일반적인 성향들과 가치들을 형성시킬 때 가족영역과 비공식적이고 감정적인 관계들은 공식적인 교육기구와 비슷하거나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나타냈다. 다른 국가에서는 이와 상이한 경향을 예상하는데 가족과 비공식적 일차 감정적인 관계의 사회화 기능은 매우 크게 감소했으며 공식적인 교육기구와 공공 매체들은 주관성(subjectivity)을 구성함에 있어 대단히 큰 역할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일차 사회화 영역에서도 역시 대규모적인 기관의 작용으로 내려온 문화적인 교육들과 동류집단(peer groups)들의 역할이 주목할 만큼 중요하며,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됨에 따라 더 많은 갈등들이 초래된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역사적으로는 시민사회의 영역과 정치권력의 영역에서의 집단 간의 갈등들도 증대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