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본 논문은 2000년 이후 방송에서 제도화되기 시작한 시민적 공공영역의 형성에 주목하여 대표적인 퍼블릭액세스 방송인 KBS <열린채널>과 시민방송RTV에 대한 사례분석을 시도하였다.

  ‘퍼블릭액세스(public access)'개념은 미디어가 점차 상업화되고 권력화 되면서 언론의 자유가 언론인 또는 언론사의 자유로 전락한 미디어현실에 대한 비판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이러한 액세스 개념은 점차 확장되어 신문의 지면이나 방송의 일정시간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 미디어를 소유하고 대안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특히 방송영역에서 퍼블릭액세스 방송은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는 퍼블릭액세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퍼블릭액세스 방송이 2000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제도화되었다.

  퍼블릭액세스 방송에 주목한 이유는 퍼블릭액세스 방송이 시민적 공공영역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그동안 공적영역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다른 매체에 비해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 그러나 공공성 개념은 추상적이며 공공성이 구현되는 양태는 시대별, 역사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본 연구는 방송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주요한 변수를 국가의 개입양식, 자본의 영향력, 시민사회의 저항으로 파악했다. 본 연구는 방송에서 시민적 공공영역이 제도화된 배경과 공공성의 의미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방송변화를 위의 세 변수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1980년대 방송공공성의 성격은 ‘권위적 공공성’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국가가 방송의 소유권과, 방송인사권, 정책권 등을 독점하고 있었다.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은 방송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방송사를 통폐합하여 2개의 공영방송체계를 수립하였으며, 언론인 강제해직과 보도지침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였다. 동시에 언론인에 대한 세제혜택, 지원금 등을 통한 회유정책을 통해 언론을 포섭하려고 했다.

  또한 1980년대 방송은 국가의 독점보장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보장받았다. 1980년대 방송은 형식적으로 공영적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내용적으로 상업방송이었으며, 실질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는 국영방송체계였다. 이러한 방송체계는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을 받았으며, ‘시청료거부운동’은 대표적 저항운동이었다. 시청료거부운동은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으며,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언론민주화운동의 성격과 권위적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운동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이러한 시청료거부운동의 성과는 1987년 민주항쟁으로 연결되었으며, 한국사회는 1987년 민주항쟁을 통해 형식적 민주화를 쟁취하게 된다.

  (2) 1990년대에는 방송개혁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기존의 공영방송체계는 개혁되어야 할 체제로 인식되었다. 방송개혁의 논쟁은 방송법 개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방송위원회의 독립, 공영방송사의 사영화, 사영방송의 허가와 대자본과 언론의 방송사업 진출, 시청자주권강화 등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논란에서 주요한 입장은 방송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과 방송의 공공성·공익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에 대해서는 두 입장 다 동의하였으나, 방송의 소유규제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노태우 정권은 공영방송의 방만한 경영문제와 정치적 종속의 문제를 상업방송을 허가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했으며, 이러한 방송법 개정은 방송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강한 저항을 받았으나 여당 단독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상업방송인 서울방송을 출범시켰다. 김영삼 정부 또한 방송법 개정을 시도하였으나, 방송의 산업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방송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지속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하였다.

  국가의 방송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 사라지면서, 시민언론운동도 점차 일상화되고 전문화되었으며, 국민주방송운동으로 대표되는 대안방송을 만들려는 새로운 흐름도 생겨났다.

  (3) 2000년 이후 방송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몇 년간 논란이 되어왔던 통합방송법이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방송개혁위원회에 정부의 방송정책에 반대하던 방송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함시키면서 통합방송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통합방송법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방송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여 방송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였으며, 지상파 방송의 독점구조를 유지한 동시에 뉴미디어 시장을 개방하여 대기업과 언론사의 방송의 제한적 참여를 보장하였다. 또한 시청자평가프로그램, 시청자위원회,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법제화되어 시청자의 참여영역이 확장되었다. 특히 시민참여 영역을 법제화하면서 퍼블릭액세스 방송이 제도화되었다.

  (4) 퍼블릭액세스 방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업화되고 권력화된 주류 방송과는 다른 공공영역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공공영역의 핵심은 자율성과 개방성이다. 이 두 개념을 퍼블릭액세스 방송에 적용시키면 자율성은 방송운영의 독립성과 편성·심의의 자율성으로 개념화할 수 있으며, 개방성은 방송제작에 대한 접근성과 시청의 접근성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KBS <열린채널>과 시민방송RTV를 분석한 결과 열린채널은 KBS가 운영에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편성·심의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접근성의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열린채널은 전국방송을 통해 방영되기 때문에 시청의 접근도는 높은 반면, 제작에 대한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에 대한 접근성은 낮았다. 이에 비해 시민방송은 독립적인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고, 편성·심의의 자율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시민제작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방송제작에 대한 접근성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방송은 퍼블릭액세스 채널로서 불안정한 제도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유료방송채널을 통해 방영된다는 한계점 때문에 시청의 접근성은 매우 낮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시민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방송에서의 시민적 공공영역인 퍼블릭액세스 방송은 이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나, 기존의 방송구조를 변혁할 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퍼블릭액세스 방송의 내용과 운영구조는 주류 방송체계와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공공성을 시민참여를 통해 구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