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24일 10시 33분
200년대에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은 집단이 ‘청년’이다. 관점과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관련 논의의 문제의식을 종합하면 성인으로 이행하는 시점이 지체되고 그 과정이 흔들린다는 인식으로 수렴된다. 이에 대한 진단으로 세대론과 계층론이 제안되었다. 8만원 세대론으로 대표되는 세대론에서는 출생 시점이 강조된다. 경제위기 국면에 사회에 나와 과거와 같이 순조롭게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저론’으로 대표되는 계층론에서는 출생 시점에 따른 ‘세대 간 차이’보다 계층 지위에 따른 ‘세대 내 차이’가 강조된다. 청년 모두가 열악한 처지에 있지는 않다는 점을, 기성세대 모두가 우위에 있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계층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관점은 이행의 지체 현상을 간명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두 시각 모두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계층론에서 말하듯이 모두가 어려워진 것은 아니며, 세대론에서 말하듯 계층 지위가 어떠하든 출생 시점에 따른 차이는 분명히 있다. 중요한 것은 ‘계층 지위의 영향력이 출생 시점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가’, 또는 ‘출생 시점의 영향력이 계층 지위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가’ 등 출생 시점의 차이와 계층 지위의 차이가 상호작용하는 맥락을 규명하는 일이다. 또 성별에 따른 이행 경로의 차이가 출생 시점에 따라, 계층 지위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규명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 연구는 성인기 이행을 규정하는 성별과 계층 지위가 출생 시점에 따라 어떻게 맞물리는지 분석한다. 연구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성인 이행을 구성하는 교육·노동·가족이력의 측면에 주된 변화가 나타난 시점이 어디인가. 출생 시점의 규정력을 밝히는 작업이다. 둘째, 성별이나 계층과 같은 성인 이행 경로를 규정하는 주요 차원의 영향력은 어떻게 변했는가? 이력 변화의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젠더와 계층에 따른 이력 분화 양상을 확인한다. 셋째, 마지막으로 각 지점의 변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관통하는 변화의 성격은 무엇인가?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성인기 이행을 규정하는 제도적 맥락(학교-노동시장 연계, 가족 제도)과 역사적 배경(190년대 후반 경제위기)과 관련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코호트별 차이와 코호트 내 차이를 동시에 확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코호트별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 대상을 1970-1984년생으로 설정했다. 이들이 성인기로 이행한 시기가 한국 사회가 가장 급격하게 변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신뢰할만한 자료로 성인 이행 경로의 주요 분화 양상을 볼 수 있는 코호트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1970-1984년생을 3년 단위 하위 코호트(1970-1972년, 1973-1975년, 1976-1978년, 1979-1981년, 1982-1984년)로 구분해 비교했다. 기준은 교육제도를 떠나고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시점이고, 준거는 197년 경제위기다. 변화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설정한 축이 젠더와 가족배경으로 측정한 계층이다. 세 번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 라이프코스 연구 시각과 성인기 이행 국면이다. 성인기 이행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이 국면을 규정하는 주요 지점들에서의 이행 양상을 확인하고, 그 성격을 확인한다. 구체적으로는 1970-1984년생이 20-30대 초중반(190-2010년대 중반)에 밟은 성인 이행 이력이다. 이행 이력은 학교를 졸업한 이래 84개월간 밟은 ‘노동이력’과 만 28-3세에 밟은 ‘가족이력’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1-20차)를 활용했다. 직업력 자료로 노동이력을 구성했고, 가구자료로 가족이력을 구성했다. 노동이력을 졸업 후 7년(84개월)으로 구성한 것이나 가족이력을 28-3세로 구성한 것은, 상당 부분 자료의 제약에 따른 것으로, 1970-84년생을 일관된 시점에서 비교할 수 있는 최대 길이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1970-1984년생이 교육제도 측면에서 겪은 경험은 고학력화와 학교를 떠나는 시점의 연장으로 요약된다. 1970-1972년생은 고졸자 비중이 50%였지만, 1982-1984년생은 대졸자 비중이 50%가 되었다. 이런 변화에서 주된 변곡점이 되는 집단은 1970년대 중후반생 여성이었다. 변화 결과 남녀의 경험이 유사해졌다. 가족배경에 따른 교육기회 차이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남녀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도 있다. 학교를 떠나는 시점 또한 연장은 남성이 주도했고, 이는 주로 저학력자 남성의 교육 경험의 불안성에 기인한다. 계층 효과 면에서도 남녀 차이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 여부에서는 남녀 모두 가족배경 효과가 약해졌으나 전문대졸 이상에서는 차이가 나타난다. 대학 진학에서 남성은 가족배경 효과가 약해지는 추이가, 여성은 효과가 강해지는 추이가 나타난다. 특히 전문대졸 여성의 지위 하락이 가장 뚜렷한 변화로 나타난다. 졸업 시점의 경우 경제위기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1979-1981년생부터 가족배경 효과가 졸업 지연과 관계를 맺고 있다. 둘째, 노동시장 제도 측면에서는 이 시기 중요한 현상은 임금노동이력의 증가와 함께 중소기업 비정규직 이력의 증가다. 여기에서도 주된 변화는 1976-1978년생에서부터 나타난다. 이 변화는 여러 하위 변화로 구성되어 있다. 남성은 자영업 이력 감소가, 여성은 퇴장 이력 감소가 주된 변화다. 주된 것은 여성 저학력자의 퇴장 이력 감소와 고학력자의 ‘비취업 지속형’ 이력 감소다. 대신 늘어난 것은 ‘중소기업 정규직 지속형’의 증가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지속형’의 증가다. 전자는 남성 고학력자에게서 나타나고, 후자는 여성 저학력자에게서 나타났다. 교육 수준별 차이는 커졌고 성별 차이는 줄어들었다. 그 결과 과거 노동시장 참여 여부에서나 ‘대기업 정규직 지속형’에 속할 가능성에서 나타났던 남녀 차이가 ‘중소기업 정규직 지속형’에 속할 가능성에서의 차이로 이동했다. 교육 수준의 차이도 지점이 이동했을 뿐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다. 가족배경의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커졌다. 1970-1972년생만 해도 가족배경의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코호트에서는 가족배경이 ‘대기업 정규직 지속형’에 속할 가능성을 높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지속형’에 속할 가능성은 낮춘다. 여성은 다소 다르다. 가족배경은 ‘비취업 지속형’에 속할 가능성을 낮추고 중소기업 정규직 지속형에 속할 가능성을 높인다.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가족배경은 대기업 이력에 속할 가능성을 낮춘다. 셋째, 가족이행 국면에서는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배우자/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이력 비중이 줄었다. 남성의 변화 정도가 커서 남녀 차이는 전반적으로 줄었다. 그러면서 남녀 차이가 나타나는 지점이 이동했다. 1970년대 초반생의 경우 남성은 여성보다 부모와 함께 지내거나 혼자 지낼 가능성이 높고 ‘배우자+자녀’와 함께 지낼 가능성은 낮았다. 그러나 1982-1984년생의 경우 남성은 여성과 비교했을 때 결혼으로 이행할 가능성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나머지 측면에서는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게 되었다. 남성은 교육 수준별 차이가 줄었다. 여성은 저학력자가 일찍 결혼하고 고학력자가 늦게 결혼하는 교육 수준별 차이가 유지된다. 노동이력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지속형’으로 대표되는 상층과 나머지 층의 차이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여성도 이른 이행 이력에서는 그런 경향이 나타나지만 늦은 이행 이력에서는 일관된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다. 가족배경의 영향력에서는 남녀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남성은 이 시기에 혼인 이력에 속할 가능성에서 가족배경의 영향력이 강화되었다. 반면 여성은 모든 이력 유형에서 가족배경의 영향력이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들 결과를 종합해 내린, 연구 질문 세 가지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 노동, 가족이행 국면에서 나타난 변화의 시점은 1970년대 중반생이다. 이들 집단을 기점으로 그 전과 후로 구분된다. 졸업이 늦어졌고, 노동시장 지위가 불안정해졌으며, 결혼을 늦게 하게 되었다. 다만, 1976-1978년생 자체의 구별되는 위치성도 있고, 그런 점에서 변화의 성격은 단선적이지도, 단절적이지도 않다. 둘째, 변화 양상은 대체로 젠더 차원에서의 수렴 현상과 계층 차원에서의 지속·강화 현상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계층 효과의 변화는 불평등의 약화·강화 차원으로가 아니라 지점 이동 차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셋째, 각 이행 국면에서 나타난 변화의 시점과 양상은 교육과 노동, 가족 제도의 연계가 약한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충격이 그 약한 고리를 끊어버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급격한 교육 팽창에 따른 형식적 기회 평등화가 노동시장의 위계화 추이와 만나면서 생긴 결과가 성인 이행기의 연장과 분화다. 늦은 졸업과 불안정한 노동지위가 결혼 시점의 지연과 계층화를 낳았다. 그러나 이것을 꼭 계층화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특히 여기서 가족배경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 남성에 한정되는 이유는 성역할 규범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가족이행 경로에서의 변화는 여성의 계층화를 억제하는 측면과 남성의 계층화를 촉진하는 측면이 모두 있다. 연구의 함의는 세 가지이다. 첫째, 동일 집단이 각각 교육, 노동, 결혼 영역에서 밟은 이력을 기술함으로써 각 영역에 한정된 기존 연구의 관심을 각 영역의 제도적 연계로 돌리게 한다. 이 연구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 수준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라는 질문보다는 ‘교육 기회 불평등 수준의 변화가 노동시장 진입 기회의 불평등 추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한다. 이런 맥락에서 세대론적 시각과 계층론적 시각을 좀 더 구체화했다. 출생시점에 따른 차이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모든 요인을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의 불안정화로 요약하기에는 복잡한 변화가 진행되었다. 젠더 차이가 약해지고, 계층 차이가 뚜렷해졌다. 동시에 젠더와 계층의 맞물리는 지점이 계속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청년의 위치를 세대론이나 계층론으로 이분화해서 보기보다는 둘의 맞물림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성인기 이행에 관한 규범을 재고하게 한다. 오늘날 청년을 보는 시각을 규정하는 성인기 이행 규범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이행의 본질이 ‘독립’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렵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 재생산을 뜻할 뿐 독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종속된 재생산 전략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전략을 택하지 못하는 이들은 일찌감치 ‘독립’하거나 취직이나 결혼을 미룬 채 ‘미분리’된 채 살아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패러사이트 싱글’보다는 ‘패러사이트 커플’이 오늘날의 이행 관계를 더 적절하게 표현한다. 몇 가지 사건의 비경험을 이행의 유예로 보는 시각도 유지되기 어렵다. (글자 수 제한 관계로 이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