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24일 10시 30분
본 연구의 주요 목적은 원-하청 간의 상당한 임금격차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노동조합의 독점효과가 존재하여 그것이 하도급구조를 타고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의 임금격차에 대한 노동조합의 역할에 주목한 기존의 연구들은 노동경제학적 의미에서의 노동조합의 독점효과 개념을 직접적으로 원용하지는 않더라도, 주로 위탁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한국 노동조합의 임금상승효과가 궁극적으로 중소협력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자들의 임금페널티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암묵적으로 노동조합의 독점적 측면을 조명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노동조합의 독점효과가 조직부문의 임금상승이 미조직부문의 임금하락을 초래하는 효과임에 주목하여, 원청 노동조합의 임금프리미엄의 존재여부를 검증할 뿐 아니라 이들이 하청 협력업체들에게 임금페널티를 끼치는지의 여부 또한 검증함으로써 노동조합 독점효과의 존재여부를 알아보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상(shape)에 대한 상술한 접근이 타당한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자료로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조사를 사용하였으며, 내생성을 통제한 임금프리미엄의 추정을 위하여 패널 하이브리드 모형(hybrid model)을 사용하였다. 특히 하도급거래를 기준으로 사업체 간 연결이 불가한 자료의 특성상 임금페널티의 추정과 관련하여서는 다층모형(multilevel model)을 사용하여 특정 산업생태계에서 원청 노동조합의 영향력에 따른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관찰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원청 노동조합의 임금프리미엄은 존재하였다. 둘째, 원청 노동조합의 임금프리미엄이 관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산업부문에서 원청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상승하더라도 하청 사업체에는 임금페널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조직 하청사업체만 한정하여 분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직된 하청 사업체의 경우에는 오히려 원청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상승함에 따라 임금수준이 상승하였다. 이는 조직부문의 임금상승이 미조직부문의 임금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을 개연성이 낮음을 드러내며, 따라서 한국의 원-하청 간 임금격차에 관계하는 노동조합의 효과가 독점효과가 아닐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입증하였다. 이는 위탁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추구가 필연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몫을 빼앗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한국 노동시장에서 서로 다른 노동자 집단이 비록 분단되어 있더라도 독점효과론적 관점에서 보듯 이들이 상호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고 가정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함의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