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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꿈의 기획과 통치: 미래 생산 장치로서의 '키자니아 서울' 연구

2020년 08월 24일 10시 29분


본 논문은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서울’을 분석대상이자 배경으로 설정하여 접근한 연구이다. 1999년 멕시코시티에서 시작된 키자니아는 2020년 현재 22개국 29개 도시에 진출하였으며, 2010년 개장한 ‘키자니아 서울’은 현재까지 연평균 7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본 논문은 ‘직업을 놀이로 체험하며 아이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키자니아의 목표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키자니아에 실제로 내재되어 작동하는 담론, 목표, 규칙, 전략, 즉 장치성의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본 논문은 키자니아 활동의 순간과 그 이후의 삶 가운데서 ‘아이’와 ‘엄마’가 기획, 생성, 조작, 전수하고자 하는 미래를 향한 마음, 즉 ‘꿈’의 전모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논문의 주된 이론적 배경은 ‘꿈의 사회학’이다. 이 관점에서 꿈은 미래의 이미지이자, 그 표상된 미래를 향한 마음의 동학으로 이해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해에 기초하여 꿈의 형성과 통치의 역량인 ‘꿈-자본’, 그리고 꿈의 주조, 향유, 전수를 위한 구성체인 ‘꿈-장치’의 이론적 탐구 가능성을 제안한다. 본 연구는 5회의 현장관찰과 26명(성인 17, 아동 9)의 심층면접을 통한 실증적 자료수집과 분석 과정을 거친 질적 사례연구이자 비판적 담론 분석의 성격을 지닌다.
본 논문의 첫 번째 본문인 Ⅱ장에서는 먼저 ‘키자니아’ 내부 공간에 구현된 여러 요소와 특징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며 이 공간을 ‘꿈-장치’의 한 특징적 사례로 지목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였다. 그 결과로, 우리는 ‘키자니아’가 소유한 독특한 세계관과 프로그램, 그리고 각종 행위양식과 도구를 통해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꿈’을 ‘직업’과 동치시키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놓인 끊임없는 교섭의 양상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나아가 안전과 위험에 관한 면역학적 감각을 개발하여 꿈-자본의 일면을 이루는 ‘회복탄력성’을 신장하는 기능을 수행함을 밝혔다.
Ⅲ장에서는 ‘키자니아’를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통과한 아이들이 그 경험을 해석하고 전유하며 새로운 꿈을 확보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주체적 연행의 양상을 논하였다. 분석에 따르면, 아이들은 그들의 다양한 내적, 관계적, 환경적 요인에서 획득한 꿈의 질료를 선택, 반복, 증표화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장래희망’의 형태로 물화, 경화한다. 그렇게 주조된 장래희망은 부모와의 교섭의 대상물이 되며, 이 과정에서 ‘공부’에 결부된 이중적 의미는 아이를 다시금 꿈의 성취를 위한 노동으로 호출한다.
마지막 Ⅳ장에서는 키자니아를 방문했던 엄마들이 삶 가운데서 내면화한 ‘모성’의 유래를 들여다보고, 그들이 교육, 양육의 장에서 드러낸 실천의 양상을 통해 아이에게 전수하고자 했던 마음의 내용을 밝히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키자니아와 결부되어 나타나는 엄마의 모성은 자신의 직업을 포기 혹은 조정했던 과거의 경험, 그리고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위험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파국적’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이 모성의 발현 과정에서 전개된 다양한 교육적 실천들은, 한편으로 위험한 미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생존을 위한 적당한 성취에 ‘안주’하는 마음을 아이에게 상속하려는 이해관심의 결과이기도 했다.
본 연구는 그동안 사회학계 관심의 주변에 위치해 있던 ‘아동’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상정함으로서 미래를 논의하는 것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질적 접근을 통해 꿈의 형성과 물화, 상속의 과정을 시계열적으로 추적하며, 꿈의 통치와 주체화 전략을 수행하는 ‘꿈-장치’의 분석 가능성과 그 방법적 사례를 제안하였다. 올해로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이한 키자니아는 향후 국내외에서 그 미래 생산적 영향력을 유지, 확장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앞으로 키자니아에 대한 구조적, 역사적, 장기적 차원의 후속 연구를 요청하며 그 초석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함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