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4월 29일 02시 40분
본 연구는 중국에서의 기업인권규범의 확산과 변용에 대해 경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사회의 문화적·규범적 영향력과 중국 특유의 국가-기업관계의 특성이 결합되어 중국 기업들의 인권책임 수용 방식 및 수준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제인권규범의 확산 메커니즘을 토대로 중국의 기업인권규범 수용 과정 및 요인을 분석했고, 그 특수성에 대해서는 변용의 메커니즘을 활용해서 구체화했다.
제1장에서는 국제인권규범의 전세계적 확산 및 기업의 비재무적책임 수용 원인에 대한 연구 흐름을 정리했다. 국제인권규범의 전세계적인 확산은 세계사회의 영향력이 개별 국가의 변화를 추동한 대표적 사례이므로 세계사회이론이 본 논문의 핵심적인 이론적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아울러 중국의 국가-기업 관계 및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관한 연구를 일별하여 규범의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특수성의 이론적 근거를 확인했다. 경험적이며 실증적인 연구방법론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적·규범적 접근과 차별화된다.
제2장에서는 기업인권규범의 전세계적 확산 및 중국에서의 수용 과정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했다.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국제규범이 발전했다. 국가의 보호 의무와 기업의 존중 책임, 구제 수단의 중요성이 함께 강조되는 방식으로 기업인권규범이 전세계적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업의 사회적책임의 맥락에서 기업인권규범이 수용되기 시작했으나, 인권 관련 내용은 국제 기준에 비해 축소되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및 기업인권규범의 급속한 제도화에 따라 인권책임 수용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위험 관리의 관점에서 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인권규범을 수용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중국에서 기업인권규범이 얼마나 확산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했고, 변용의 메커니즘을 밝혔다. 중국 기업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 인권관련 키워드가 더 빈번히 활용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의 UN 글로벌콤팩트 가입이 급증하고 있으며, 국제 NGO의 인권 침해와 관련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중국기업들은 이전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책임있는 코발트 이니셔티브는 중국이 기업 인권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결성을 주도한 흥미로운 사례로 그 과정에서 산업협회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구조적배태성, 디커플링, 국내화, 우발적확산, 복수확산, 다층확산에 따른 중국에서의 기업인권규범의 변용은 국제규범 확산 과정의 지역적 변이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제4장에서는 중국기업들의 사회적책임 및 인권규범 확산의 기업 간 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인을 확인했다. 사회적책임의 발전이 인권책임 이행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서 먼저 중국기업들의 사회적책임 이행 수준 결정 요인에 대한 회귀분석을 시도했다. 인권 규범 수용 요인은 지속가능성보고서에 활용된 인권 관련 키워드 사용 요인에 대한 토빗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여유자원이론, 국가-기업 관계, 세계사회이론을 이론적 자원으로 활용해서 중국 기업들이 사회적책임과 인권규범을 수용하는 요인에 대해 분석했다. 국가-기업 관계의 친밀성이 사회적책임 이행 수준 결정 요인인 반면, 세계사회이론 관련 변수들이 인권 관련 키워드를 활용하는 것을 촉진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제5장에서는 논문의 이론적·정책적 함의에 대해 토론했다. 본 연구는 기업 인권에 대한 실증연구이고, 중국 특수성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드러냈으며, 세계사회이론의 유효성을 중국 기업 사례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권 이슈는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통제 하에서 인권규범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