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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 헌법재판소의 전략적 사법적극주의

2019년 01월 17일 05시 53분


사법적극주의는 헌법재판 기구의 숙명이다. 위헌 결정을 하지 않는 헌법재판 기구는 그 존재 가치를 의심받게 된다. ‘헌법재판’이라는 제도는 사법부가 위헌결정이라는 방식으로 다른 국가권력의 작용(특히 입법권)을 견제하도록 고안된 제도인데, 위헌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제도가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헌결정이 빈번해지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입법부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사실상의 정책 결정자로의 역할을 수행할수록, 이하에서 확인할 ‘정치의 사법화’, ‘사법통치’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국가기구 내부의 견제가 커지면서 조직의 존립이 흔들릴 수도 있고, 기구가 내린 결정이 관철되지 않을 여지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 헌법재판 기구는 해당 사회의 맥락 속에서 조직의 정당성과 결정의 생존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내의 ‘적절한 사법적극주의’를 구사할 수밖에 없다. 즉, 헌법재판 기구의 사법적극주의 정도와 양태는 사회적 요인들 속에서 ‘구성’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 헌법재판소가 1988년 설립된 이래 2017년까지 내린 결정 중 본안판단이 이루어진 결정(각하 제외)을 대상으로 불기소 처분 등 고유의 헌법재판으로 보기 어려운 사건을 제외한 2,510개에 대한 위헌결정율을 확인함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사법적극주의’ 및 ‘영역에 따른 선별적 사법적극주의’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한국 헌법재판소는 위헌율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과거 한국의 헌법재판 기구 및 일본 최고재판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위헌율을, 대만, 독일과 비교하였을 때에도 역시 높은 위헌율이 확인되었다. 즉, 한국 헌법재판소는 상대적으로 높은 사법적극주의 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 헌법재판소의 위헌율은 200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까지는 20%로 낮아지다가, 그 이후에는 20%를 전후로 수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사법적극주의를 만든 요인으로 ① 국회와 여론의 위헌결정에 대한 긍정적 태도, ② 헌법재판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보장하는 제도(헌법소원)의 존재와 공익소송의 맥락에서 헌법재판을 활용하였던 사회조직, ③ 신생 사법기구로서 조직정당성 확보를 위해 불기소처분 등 형사사건에 대한 관할확장 및 정치적으로 민간함 사안에 대한 판단 회피 경향이 각 확인되었다. 나아가 ④ 대법원과의 위상갈등 역시 사법적극주의를 추동한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민주화 이후 사법적극주의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헌법재판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갈등회피적’ 사법적극주의를 구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별적 사법적극주의에 대한 영역별 분석에 있어서, ① ‘신체의 자유/형사절차/표현의 자유’ 영역의 적극주의는 민주화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 확보를 위해 기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고, ② ‘노동권/선거의 자유’ 영역의 소극주의는 당시 행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서, 사회변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야기하였음. ‘경제적 권리’ 영역에서의 적극주의 역시 행정부의 입장에 부합하는 전략성이 확인되었다. ③ 국가안보 영역에 있어서는 사법소극주의적 경향이 확인되었는다.
결국 영역별 사법적극주의/소극주의는 결정 당시 행정부의 입장에 대한 동조로서, 영역별 선별성은 소위 ‘87년 체제’가 가지는 특성의 투영으로 분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