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조선인민군의 조직적 특성과 상징 체계 연구다. 조선인민군에 대한 기존 연구는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공식 매체에서 언급된 기록을 기초로 하여 북한 군대에 관한 공식 담론 분석들이 많았으며, 이것은 실제 북한군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탈북 군인과의 인터뷰, 북한 영화, 소련 기록원 자료 등 폭넓은 자료를 활용하여 북한군의 실제 모습에 다가가려고 노력하였다. 이 논문은 사회조직을 연구할 때 그것의 형성과정과 발전의 경로를 고려하는 역사적 제도주의의 시각에서 북한 군대를 파악하고자 한다. 역사적 제도주의의 핵심적인 개념은 ‘경로 의존’이다. 이는 모든 사회조직들이 사회적 타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조직 설립 당시의 특징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조선인민군의 기원 연구로 시작했다. 북한 군대 창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사회•정치적 세력이 있었는데, 일본제국 황군의 유산, 소련 군대 전통, 중국 공산당 소속 유격대 전통이다. 이들 중에서 실제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소련군의 전통이다. 인민군 창군 시 소련의 영향은 결정적이며 중국 공산당이 일본군 전통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는 1962년의 ‘4대 군사 로선’이나 1998년의 ‘선군’을 사실상 중대한 시점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원칙은 북한의 국가 선전과 공식 담론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북한 군대의 사회적 특징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 역사적 제도주의에서는 사회조직이 외부적 자극을 받아 변화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변화의 계기는 ‘중대한 시점’을 의미한다. 조선인민군 역사에서 두 가지 중대한 시점은 1953년 한국전쟁 휴전과 1991년 냉전의 종결이다. 이 중대한 시점은 북한 군대를 각각 구조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런데, 이 변화에서 지체된 반응이 나타난다. 북한이 전시 동원을 평화시의 징병제로 바꾼 개혁은 1956년이었고, 군사복무 기간을 공식적으로 10년으로 연장하는 결정은 1993년에 이루어졌다. 이 지체된 반응은 정책결정권자의 명령으로만 변경되는 군대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본 논문은 북한 군대의 진화를 3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그 변화를 살펴보았다. 제3장은 조선인민군이 창립됐던 북한 군대 초기다. 부대 단위, 정치 장교, 군대 당 조직 제도 등 북한 군대의 사회적 특징 대부분은 이 시기부터 유지돼 왔다. 본 연구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런 특징들이 항일빨치산 전통이나 사회주의 사상에 따라 설립한 것이 아니라 소련 전통에 따라 설립했다는 점이다. 제 4장은 냉전 시기의 북한군의 변화이다. 이시기에 북한 군대는 다른 사회주의권 나라들에 비해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북한 군대에서의 초기 제도의 지속성은 북한의 상대적 고립과 자율성을 보여준다. 김일성은 북한 사회에 전체주의 정책을 실시했고, 이를 잘 구현하는 군대식 조직원리를 사회 전체에 작용하였다. 제5장은 탈냉전 시기에 관한 것이다. 사회주의권 붕괴로 북한은 새로운 군사•경제적 문제에 직면했고 군대 복무기간을 연장시키면서 노동동원을 대규모화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정의 사회적 결과를 분석하고 설명한다. 제6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한다. 북한 군대 창립 시기 북한은 소련의 압도적인 영향을 받았다. 북한군의 구조, 군복, 상징의 대부분뿐 아니라 월급 제도, 표창과 징벌 제도 등을 소련에서 차용했다. 북한 사회 전체 그리고 북한 군대의 폐쇄성 때문에 조선인민군의 변화 속도는 비교적 느리고 초기에 형성된 조직원리나 상징문화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북한 군대는 ‘경로 의존’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제7장은 논문의 결론이다. 본 논문의 연구 내용과 결과를 요약하고앞으로 북한군 사회학 연구를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