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회적 위험 양상의 변화에 따른 복지국가의 점진적인 재조정과정이 어떻게 복지국가 변화의 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경험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복지황금기 시기의 복지 모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유형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중반이후부터 2010년까지의 복지제도 변화를 두 가지 다른 분석방법으로 측정하고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통계적 분석방법과 역사제도적인 맥락을 고려한 사례분석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려고 한다. 한편 복지국가 유형화에 대한 기존의 접근들은 복지 모델 간의 차이를 극대화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작은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복지국가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있어 초기 제도적 조건이 서구의 복지국가들과 달랐던 복지국가 후발주자들은 기존의 분석 방법을 통해서는 유의미한 함의를 얻기 어렵다. 본 논문에서는 점진적이지만 중대한 제도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러한 의미 있는 작은 변화를 포착함으로써 사회적 위험 양상의 변화에 대응해 복지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한국 사회에 정책적 함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시퀀스분석의 결과 자유주의 레짐과 보수주의 레짐의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유주의 레짐 국가들 중 독립된 집단으로 구분된 미국, 호주, 일본은 탈상품화 혹은 이전의 사회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나타내는 관대성지수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신사회위험과 관련된 적극적노동시장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y, ALMP), 가족관련 정책 역시 모든 집단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복지재정의 확보를 의미하는 국민부담률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자유주의 복지레짐 국가들인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의 경우 관대성지수와 국민부담률은 미국, 일본, 호주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ALMP 관련 지출을 1990년대 후반에 늘렸으며 최근에 축소하는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집단의 두드러진 특징은 다른 자유주의 복지레짐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족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 전반적으로 지출수준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주의 레짐 역시 분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는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와 같은 집단으로 유형화되었다. 관대성지수가 중상수준을 유지하다 최근에는 북유럽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족관련 정책 역시 같은 보수주의 레짐 국가인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ALMP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는 독립된 집단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들 국가들의 변화의 궤적은 동일한 보수주의 레짐 국가인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나 북유럽국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이들 국가의 가장 큰 특징은 일-가족 양립을 촉진하는 가족관련 지출은 규모가 작지만 ALMP는 북유럽국가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한 단계 하락하는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복지국가의 변화궤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변화의 원인으로서 정당, 노조, 사용자단체와 같은 사회적 집단들의 조직화와 이들 간의 권력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스웨덴, 독일, 영국을 대상으로 사례분석을 실시했다. 우선 스웨덴은 1980년대 중반 이전부터 이미 다른 복지국가들에 비해 폭넓은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이를 완전고용과 높은 수준의 조세부담을 통해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전후 복지황금기 시기와는 다른 방식의 정책적 대응의 압력에 직면했다. 첫 번째 국면에서는 기존의 사회정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두 번째 국면에서는 이중화가 심화되었으며, 마지막 국면에서는 근로연계복지(workfare) 혹은 재상품화(recommodification)가 강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스웨덴의 복지제도 변화의 원인으로는 복지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행위자들의 연합과 갈등관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스웨덴에서 발생한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재정의 압박이 심해지자 스웨덴 사민당은 이념적인 지향을 보수적인 성향으로 이동시켰으며 신자유주의 담론의 확산과 더불어 사용자단체의 요구에 좀 더 수용적으로 변했다. 또한 경제적 세계화와 산업구조의 재편과정에서 강화된 사용자단체의 지위와 상대적으로 내부적인 결속력도 약화되고 정치적인 영향력도 약화된 노조의 지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일의 경우 처음에는 기존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소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다 1990년대 초반의 통일 이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하르츠개혁이라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고용보호와 사회보호의 수준이 이원화되는 이중화가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실업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근로연계복지로의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 독일의 복지제도 변화과정에서 노조, 사용자단체, 정당 간의 연합과 갈등의 관계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이후 독일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관련된 신자유주의 담론이 확산되자 정당들은 사용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핵심 산업의 노동자와 나머지 노동자들 간의 이중화 문제가 심화되고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자 상대적으로 사용자단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집단들 간의 역학관계의 변화는 최근 근로연계복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의 복지제도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70년대 후반부터 실업률과 정부 부채와 관련된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자 기존의 사회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우선 대응했다. 그러나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배제의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1997년에 정권을 잡은 신노동당정부는 ‘제 3의 길(Third way)’ 이라 불리는 활성화 정책 혹은 사회투자전략을 실행했다. 그러나 신노동당정부가 추진했던 뉴딜(New Deal) 프로그램은 2010년에 보수-자민당 연합정권이 들어서면서 근로연계복지로 정책적 지향이 바뀌었다. 영국의 복지제도 변화궤적에 있어 노조와 사용자단체의 대표성의 부재는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노동조합은 산업 전반에 걸쳐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전국적인 조직이 아니었으며 사용자단체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에 대한 선호에 따라 나뉘어졌다. 비록 1997년에 출범한 신노동당정부가 대처정권부터 이어져온 보수당 정권의 억압적인 사회적 파트너와의 관계맺음을 철폐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탈규제적인 산업관계(industrial relations) 시스템을 개혁하지 못했다.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본 연구의 이론적·방법론적 기여는 다음과 같다. 우선 1980년대 이후 복지제도의 변화를 분석하는 데 있어 점진적인 변화의 양상을 측정할 수 있는 두 가지 다른 분석방법을 통해 복지 황금기에 형성된 세 가지 복지레짐은 유지되고 있는지 아니면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지를 경험적으로 검증하였다. 둘째로 사회적 위험 양상의 변화에 대응하여 복지국가는 어떤 모습으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경험적인 분석과 사례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중화, 사회투자전략, 근로연계복지라는 세 가지 유형의 정책적 대응이 반드시 레짐 별로 부합하지 않고 여러 범주에 걸쳐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입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국가의 변화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적 논쟁에 기여를 하고 있다. 시퀀스분석을 통해 복지국가 간의 변화과정 전체의 궤적을 비교함으로써 변화의 맥락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복지레짐은 유지되고 있는지 아니면 재편되고 있는 지를 경험적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다채널 시퀀스분석(multi-channel sequence analysis)을 통해 사회적 위험의 양상의 변화에 따른 복지국가의 대응과정에 대해 구사회위험과 신사회위험과 관련된 정책, 그리고 복지재정의 변화의 궤적을 모두 고려하여 복지국가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