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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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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890-1930년대 주민등록제도와 근대적 통치성의 형성 : 호적제도의 변용과 '내무행정'을 중심으로

2016년 10월 10일 03시 33분


초록 

 

나는 이 글에서, 1890년대 이래 한국의 주민등록제도의 변화양상을 근대국가의 ‘통치성’과 연결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오늘날 호적은 주로 ‘민사신분’의 등록이며 그 민사신분이란 가족관계를 가리키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지만, 호적은 가족관계의 등록문서이기 이전에,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공식적 존재증명과 신원확인의 근거이자 국적/시민권의 문서적 근거이며, 국가로서는 영토내 전인민을 파악·등록하여 지배하기 위한 행정목적의 문서, 인구등록이기도 하다. 전통국가에서는 인민의 조사·등록이 인력과 재화의 착취·동원으로 이어질 뿐이었던 반면, 근대국가에서 그것은 국가권력이 개개인의 삶 속에 치밀히 파고드는 감시의 기초이자, 시민권이나 복지 등 인민의 삶을 보살피는 통치와 행정의 근거가 된다. 그 감시와 보살핌, 요컨대 ‘통치성’의 自然史를 살펴보는 데 식민지만큼 좋은 대상도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1890년대에 전근대적 주민등록장치의 한계가 분명해졌고,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그것에 대한 개선책이 모색되었다. 한국이 주체적 근대화에 실패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1910년 이후로는 더 직접적으로 일본식 주민등록제도가 한국에 이식되었다. 그때부터 일본제국의 전시동원이 본격화되는 1930년대말까지를 하나의 시기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말 일본과 한국에서 주민등록장치는 기본적으로 ‘내무’의 일부로 규정되었다. ‘내무’는 근대국가의 통치성에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에서는 전통적 방식대로 3년마다 ‘호’를 단위로 하여 인구를 군현별 호적대장에 등록하는 제도를 통해 인민을 등록·파악하고 지배했다. 호적제도는 근대적 지방행정이나 인구통계 같은 것이기보다는 일차적으로 군역·부세의 수취를 위한 징세대장이었으므로, ‘호’란 징세을 부담하는 문서상의 단위였고, 상대적으로 ‘개인(口)’의 존재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말에 이르면 조선사회의 내재적 모순과 제국주의열강의 침탈, 근대의 충격이 만들어낸 국가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그것이 더 이상 효율적인 인구 파악과 주민등록의 장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조선정부는 1896년 ?호구조사규칙?으로, 인쇄된 양식을 가지고 매년 호적을 작성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인민의 등록과 정확한 인구조사는 재정수입의 확보, 주민통제와 치안, 근대적 행정통계체계의 확립 등을 위해서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규칙?은 그에 앞서, 전국내 모든 인민을 등록한다는 것과, 그것은 모든 인민이 국가의 보호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임을 천명했다. 평등하고 국가의 보호를 누리는 ‘국민’의 창출을 編籍의 일차적 목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근대국가가 국민과 맺는 관계는 인구와 경제현상의 규칙성에 근거하여 인민의 복지와 경제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통치’가 될 터였다. 그 통치는 구체적으로, 전통적 수취체계가 아닌, 근대국가의 ‘내무행정’을 통해서 작동하는 것이었다. 사회에 대한 감시와 통제, 좁은 뜻의 ‘경찰’과, 사회에 대한 적극적 배려, ‘복지’와 산업의 진흥은 근대국가의 ‘內政’의 두 축이었다. 메이지기 일본은 그런 내정 가운데 경제·재정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을 ‘內務’라는 말로 개념화했다. 갑오개혁정권은 그것을 본떠 ‘(내무아문→)내부’을 설치했는데, 지방제도개정, 종두사업, 단발령과 1896년 ?호구조사규칙?이 모두 내무행정에 속하는 것이었다. 

 

새 호적제도의 일차적 목표는 정확한 전국인구의 집계였다. 조사와 등록의 단위는 여전히 ‘호’였는데, 그것은 센서스의 ‘가구’처럼, 주거를 함께하는 집단 또는 가옥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설계와 운영상의 문제로, 새 호적제도의 인구파악률은 오히려 전보다도 못했다. 여전히 ‘호’를 중심으로 했기에, 개인을 정확히 등록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고, 특히 ‘寄口’와 ‘雇傭’이라는 인간 범주에 대해서는 이름도 없이 머릿수로만 기록했다. 애당초 정확한 성별·연령별 인구구조에 대한 관심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