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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민주화 이후 한국 시민입법운동의 구조와 동학, 1988년~2005년

2016년 10월 10일 03시 32분


초록

 

이 논문은 민주화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성장한 한국 ‘시민입법운동’의 구조와 동학‘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논문의 핵심적 질문은 다음과 같다. “민주화 이후의 입법운동, 특히 입법청원제도를 활용하여 전개되는 시민입법운동은 어떻게 입법과정에 개입하고 입법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가? 그것을 가능케 한 구조적 조건은 무엇이었으며 운동 주체의 대응은 어떠한 특징을 보였는가? 그리고 이러한 시민입법운동이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2장에서는 민주화 이후 한국 시민입법운동의 역사적 궤적을 정리하였다. 민주화 이후 입법의 양상은 ‘배제적’인 것으로부터 ‘쟁투적’인 것으로 전환되었고 제도적 입법주체인 의원과 정부는 물론, 정당과 사회운동, 이익집단과 같은 비제도적 입법주체들까지 ‘입법을 둘러 싼 다툼’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위로부터의 입법 전략’과 ‘아래로부터의 입법 전략’이 서로 맞부딪혔고, 그 결과 독특한 입법 유형들이 나타나고 변화하였다.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 정부 전반기(1988년~1994년)까지의 시기에는 ‘갈등’적이거나 매우 ‘흡수’적인 유형으로 입법이 이루어 졌다. 시민입법운동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나 ‘권력 감시’라는 운동 레퍼토리와 결합되지 못하면서 정책적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였고 실질적인 입법 성과는 거의 내지 못하였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후반기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기(1995년~2002년)에 이르게 되면서 입법의 유형은 ‘이의제기’적인 것으로 변하였고, ‘권력 감시’와 결합된 시민입법운동은 강한 정책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많은 입법적 성과를 거두며 ‘성장’하였다. 노무현 정부(2003년~2005년)가 출범한 이후 시민입법운동은 ‘정체’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으며 입법의 유형 또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한국 시민입법운동은 많은 개별 입법적 성과들뿐만 아니라 입법이 이루어지는 유형 자체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며 역사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3장에서는 어떠한 정치적?사회적인 구조가 시민입법운동의 ‘발생’과 ‘결과’ 그리고 ‘지속’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분석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사회운동연구에 있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치적 기회구조’라는 개념과 구분하여, ‘담론환경’과 ‘운동지형’이라는 요소로 구성되는 ‘사회적 기회구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를 다시 ‘일반적 차원’의 기회구조와 ‘이슈 특정’의 기회구조로 구분하여 사회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조건을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민주화 이후인 1988년부터 2005년 6월까지 국회에 제출된 240건의 제정 청원 사례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시민입법운동의 ‘발생’은 음이항 회귀분석으로, 그것의 ‘결과’는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분석하였다. 시민입법운동의 ‘지속’은 사건사 분석으로 하였고, SPSS와 STATA 통계 패키지 프로그램을 사용하였으며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시민입법운동의 ‘발생’에는 ‘일반적 차원의 정치적 기회구조’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입법 공간이 복원되고 정치세력이 개방적일수록, 즉 정치적 기회구조가 더욱 개방적일수록 시민입법운동이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민입법운동의 ‘결과’(성공, 제한적 성공, 실패)는 정치적인 기회구조가 아니라 ‘이슈 특정의 사회적 기회구조’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해당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와 운동단체 사이의 연대가 많아질수록 시민입법운동이 ‘성공’할 가능성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운동의 지속 기간에는 ‘일반적 차원의 정치적 기회구조와 사회적 기회구조’가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시민입법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조건을 ‘정치적 기회구조’와 ‘사회적 기회구조’로 나누어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해 본 결과, 이들이 시민입법운동의 발생, 지속, 결과라는 각각의 단계에서 서로 상이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시민입법운동의 ‘결과’에는 ‘정치적 기회구조’가 아니라 ‘사회적 기회구조’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4장에서는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을 사례로 하여 구조적 조건의 변화에 대한 운동 주체의 능동적 대응을 분석하였다.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을 네 시기를 구분하고 각 시기의 정치적?사회적 기회구조, 그러한 구조적 조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제도정치와 운동정치 영역의 입법동맹구도를 살펴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조건에 대응하여 운동 주체들이 구사한 운동 레퍼토리를 ‘정치적 로비’과 ‘사회적 동원’으로 구분한 후 각각의 시기에 있어서 운동 레퍼토리의 내용과 구성이 어떤 변화를 나타내는지를 분석하였다.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1988년~1994년)에는, 입법동맹의 구도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고, 부패방지법 제정 요구 역시 ‘약한 사회적 동원’의 방식으로만 이루어졌다. 부패방지법 제정운동 1기(1995년~1999년)의 기간에 제도정치 영역에서는 ‘느슨한’ 입법동맹과 ‘강고한’ 반입법동맹이 형성되었고, 운동정치 영역에서는 ‘강고한’ 입법동맹이 형성되었다. 입법청원을 제출한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약한 정치적 로비’와 ‘강한 사회적 동원’의 운동 레퍼토리가 구사되었다. 비록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각 정당의 법안 발의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 시기 운동의 결과는 ‘절반의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부패방지법 제정운동 2기(2000년~2001년)에는 제도정치 영역에 여전히 ‘강고한’ 반입법동맹이 존재했지만 입법동맹 또한 ‘강화’되었으며 운동정치 영역의 입법동맹은 ‘더욱 강고’해졌다. 이러한 입법동맹 구도의 변화에 대응하여 운동의 주체도 참여연대에서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로 확대되었고, 운동 레퍼토리 또한 ‘강한 정치적 로비’와 ‘강한 사회적 동원’이 구사되어 동원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결국 2001년 부패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내용적 한계 또한 분명하였기 때문에 운동의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요약된다. 부패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제도정치 영역의 입법동맹구도는 해소되었고 운동정치 영역의 입법동맹 역시 분화되었다. 어떤 단체들은 급속히 ‘제도화’되어 정부와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고, 어떤 단체들은 ‘약한 정치적 로비’와 ‘약한 사회적 동원’의 레퍼토리를 구사하며 부패방지법 개정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성장한 한국의 ‘시민입법운동’은 의원과 정당, 의회의 입법 기능과 대의 기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참여 민주주의적 가치의 실험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 사회운동이었다고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앙 정치 차원의 시민입법운동은 ‘사회운동의 제도화’등의 요인으로 다소 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지역 정치 차원의 ‘주민발의운동’은 점점 활성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중앙과 지역 차원의 운동들이 학문적, 실천적인 방면에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