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0일 03시 25분
초록
이 논문은 한국 기혼여성의 생애이야기에 대한 서사분석 연구이다. 서사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서사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형식적, 어문학적 특성과 조직원리를 찾아내고, 이를 중심으로 각 서사들을 평가하여 서사방식의 유형을 밝히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이며 그 서사방식과 실제 결혼생활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이차적인 과제이다. 이러한 연구과제를 통해 이 연구가 밝히고자 하는 바는, 기혼여성들의 내적 삶의 특성, 즉 자아의 성격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 지배적 사회규범과의 관계에 어떠한 유형과 특징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적 삶의 특성에 따라 결혼생활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이 연구는 기혼여성들의 생애이야기자료를 집단상담이라는 방법을 통해 수집하였다. 집단상담은 두 개의 여성단체를 통해 모집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전체 참가자 중 최종적으로 분석에 인용한 사례는 19명이다. 이들의 인적 특성은 기혼여성이라는 점,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일정정도 이상의 지적 수준을 갖춘 고졸 이상의 학력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19명 중 16명이 34세에서 43세의 연령대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 연구의 핵심적 연구대상은 30, 40대의 한국 기혼여성들이다.
이 연구를 시작한 최초의 문제의식은, 여성이라면 당연히 어머니-주부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른바 성역할 규범에 대응하여 개별 여성들이 내면화하고 있는 주관적 규범세계는 어떤 것이며, 이것은 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라는 관심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는 개인들의 일생에 걸친 행위와 태도, 그에 대한 의미부여, 그리고 그것의 변화과정을 잘 보여주는 생애이야기자료를 연구자료로 선택하였다.
집단상담을 통하여 수집한 생애이야기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는 생애이야기가 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 매우 독특한 특성을 지니며, 그것이 다른 생애이야기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남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런 형식적 특성과 그 특성의 함의를 탐색하는 방향에서 인간의 언어로 된 자료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서사방법론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과영역에서 활성화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이 방법론 연구가 그리 많지 않아 시도할 가치가 있다는 관심에서 이 연구는 19명의 기혼여성들의 생애이야기에 대한 서사분석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서사의 형식적, 내용적 구조를 결정하는 네 개의 요소를 찾아냈고, 이를 중심으로 각 생애이야기들을 평가한 결과 대략 5가지 서사유형이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서사를 특징짓는 네 개의 요소는, 첫째 화자가 서사에 등장하는 방식(행위자 항목), 둘째 서사를 이끌어 가는 동기(행위동기 항목), 셋째 화자의 의도와 포부가 관철되는 정도(행위주도성 항목), 넷째 서사를 유기적으로 엮어주는 이미지(이미지 항목)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여성들의 자아의 성격, 삶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 지배적 사회규범과 화자의 자아와의 관계를 함축한다. 연구자가 임의로 명명한 서사유형의 이름을 가지고 각 서사유형의 서사적 특성과 그 함의를 보면 다음과 같다.
영웅 서사는 화자를 주어로 하는 문장이 극히 제한적이며, 화자가 등장할 때는 거의 타인의 반응자로서 등장한다. 행위동기는 미약하나마 결속감의 동기(인간간의 유대와 소속감을 추구하는 동기)이며, 화자의 의도와 포부를 중심으로 하는 생애경험은 거의 제시되지 않는다. 이 서사들에 나타난 화자의 이미지는 어떠한 역경이 닥쳐도 주어진 삶의 과제를 수행하는 ‘영웅적인’ 인물상이다. 이러한 서사적 특성들이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이 서사의 화자들은 성역할에 대한 지배적 사회규범, 즉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