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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소박함에의 열망: 계간지 <킨포크>와 킨포크 문화를 중심으로-

2016년 10월 07일 11시 29분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소박함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표현되고 대안적으로 추구되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이를 킨포크 잡지와 이를 둘러싼 모임, 사회적 담론 등을 통해 분석하고자 했으며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창조 도시’ 포틀랜드에서 수입된 킨포크 문화는 한국의 음식 문화와 힐링 문화에 대한 열광과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 초기에는 독립출판물의 하나로 개별적인 온라인 구매와 소규모 책방에서 구매를 통해 킨포크 잡지가 알려졌으며 이후 킨포크 관련 모임이 생기고 미디어의 조명을 받으며 확산되었다. 전세계로 확산된 킨포크 문화는 ‘힙스터’ 문화로도 알려졌는데 한국의 경우 젊은 세대의 문화적, 경제적 자본의 부재로 인해 ‘힙스터’ 문화가 발달하기는 어려웠으며 대신 창의적인 직종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나 주부들을 중심으로 킨포크 문화가 퍼져나갔다.

둘째, 소박한 취향과 삶의 방식은 미적 취향의 결과이자 윤리적 선택의 일환이기도 하다. 소박한 취향은 단순하고 절제된 아름다움, 애쓰지 않은 듯한 멋으로 대표된다. 이들은 과한 느낌을 주는 것을 과감히 골라내고 가장 필수적인 것만 남겨 깔끔하고 우아한 느낌을 추구한다. 이때 아등바등 애쓰지 않고 획득된 멋으로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소박한 취향은 일상에서 일과 취미의 불분명한 경계, 자연과 가까움, 일상 속 여유로 대표되기도 한다. 소박함은 기존의 화려한 볼거리 위주의 미적 가치에 반대 급부로 나타난 선택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대중과 거리를 둔다. 소박한 취향은 단순히 미적 선택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생존주의에 대한 피로감에서 탈피하고자 나타난다. 생존주의는 극한의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거나 커다란 성공을 성취하려는 자세라기보다 개인의 평범한 행복과 안정을 위해 경쟁 상황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이다. 킨포크 문화는 경쟁 속에서 대항하지 못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행위자들에게 주체가 되는 기쁨을 제공한다.

셋째, 킨포크 문화가 상정하는 소박한 관계와 공동체는 취향과 친밀한 분위기를 공유한다. 킨포크족들은 미국 킨포크 본사와 연관을 맺고 있는 킨포크 공식 모임과 그밖의 비공식 모임을 통해 함께 음식을 만들거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자아와 가까운 사람들의 행복을 중시하지만 이것이 킨포크족들이 폐쇄적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 열려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며 편안한 대화를 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소집단이 다른 소집단과, 그리고 보다 큰 공동체와 자생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넷째, 소박함이 대형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소박함의 실천은 유예되고 있다. 킨포크 문화의 확산과 함께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사회 운동으로 발전되거나 느리고 단순한 삶의 대안적 방식으로 소박함이 실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킨포크 문화에서는 소박함이 이미지로써 한국 사회의 생존주의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며 기존의 생존주의를 존속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는 행위자들이 소박한 문화와 생존주의라는 현실이 충돌할 때 전자를 선택하기에 드는 비용이 모두 개인에게 부담되면서 소박함을 실천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소박함의 가치 역시 대중 앞에서 공유되고 선언되는 것으로 개인들에게 공동체에 소속돼 있다는 만족감을 주면서 실제로 공적인 해결책으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

인디 문화 사람들에게 킨포크 문화는 ‘대중 문화’가 되었지만 일반인들에게 킨포크 문화는 하위 문화의 하나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킨포크 문화가 한국 사회의 소박함의 양상을 얼마나 드러내줄 수 있을 것인지 한계가 지적될 수 있다. 또한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하나의 유행으로 스쳐지나가는 문화 현상을 분석함에 있어 보다 체계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생존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박함에의 열망은 친밀함과 취향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공동체에서 만족감을 얻고 오히려 생존주의에서 추구해야하는 새로운 미적 가치로 변모했다. 현실 속의 생존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들은 소박함에의 열망을 가지고 있으나 그 열망이 현실과 충돌하면서 다가올 미래를 이미지로 만들어 보여주는 소망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