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8월 24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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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일상적 다문화주의에서 해석의 역할을 이해하고자 진행된 문화기술지 연구로, 서울의 다문화 음악 단체인 카마라타 뮤직에서 진행된 현장조사에 기반하고 있다. 이 연구는 다문화 공간에서 종족을 따라 분화된 참여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종족적 선’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다음의 세 가지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첫째, 카마라타 뮤직의 참여자들은 어떤 행동적 실천을 통해 다문화 공간을 만들어내는가? 둘째, 이와 같이 만들어진 다문화 공간에서 어떻게 ‘종족의 선’이 나타나는가? 셋째, 참여자들은 카마라타 뮤직에서 나타나는 종족에 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개념적 틀로서 일상적 다문화주의의 균열과 관련된 담론들을 활용하고, 분석적 틀로서 의미유지모델(meaning maintenance model)을 활용한다. 참여자들이 ‘종족의 선’을 이해하는 방법들을 분석하면서 다문화 공간의 유지에 있어서 해석적 실천이 행동적 실천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연구를 위해 참여관찰과 반구조화된 심층면담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참여관찰은 카마라타 뮤직 산하의 두 성인 합창단, 카마라타 코랄과 카마라타 챔버 싱어즈, 그리고 이사회에서 진행됐으며, 2019년 8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연습, 회의, 뒤풀이 등 총 51회의 참여관찰을 실시했다. 심층면담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진행됐으며, 총 17인의 한국인과 비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단체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종족, 젠더, 나이 및 음악적 배경을 고려해 선정됐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카마라타 뮤직이 다문화 공간으로서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환대의 정책, 긍정적 기억 만들기, 그리고 다양성의 경험이라는 행동적 실천들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적 실천에도 불구하고 참여의 격차가 종족 차이와 겹치면서 관념적, 상호작용적, 조직적 차원에서 ‘종족의 선’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은 의미유지기제(meaning maintenance mechanism)를 활용하여 ‘종족의 선’을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차별로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카마라타 뮤직에서의 생활 중 사회적이거나 종족적이지 않은 요소에 집중하며 관심을 환기하거나, 종족과 관련이 없는 나이나 음악성의 범주로 참여의 격차를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종족성에 대한 선험적인 지식, 혹은 예전의 종족적 차별을 경험한 기억을 활용하여 카마라타 뮤직 내부의 ‘종족의 선’을 상대적 경한 것으로 보려는 모습도 있었다. 극소수의 참여자들은 ‘종족의 선’ 그 자체를 단체에 부여한 의미에 편입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기도 했다.
본 연구는 일상적 다문화주의에 있어서 외견상으로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적 실천들도 해석적 실천을 통해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위와 같은 결과는 다문화 공간의 형성에 있어서 반복적인 행동적 실천이 필수적인 만큼, 해석적 실천은 다문화 공간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봉합하기 위한 하나의 경로로서 다문화 공간의 유지에 필수적임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