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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모빌리티의 상상과 새로운 삶의 실험: 농촌 이주 청년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2020년 04월 29일 03시 03분


본 연구는 최근 들어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청년들의 농촌 이주 현상을, 청년들 자신의 삶의 서사로부터 다시 규명해 가려는 연구이다. 청년들이 도시에서 겪었던 생존경쟁과 불안정한 삶의 여건 가운데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지속해 갈 수 없다고 느낀 상황에서, 농촌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동을 통하여 자신들의 삶의 자율성과 주도권을 회복하고, 자신들의 삶의 전망을 재구성해 가는 실천으로서 청년들의 농촌 이주에 주목하였다.
우선은 청년들의 농촌 이주 현상의 배경을 살피기 위해, 한국사회의 농촌 이주 현상 전반을 아우르는 ‘귀농귀촌’ 담론의 흐름과 그 의미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국에서는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전후한 시기에, 정부의 실업자 구제책의 일환으로서 ‘귀농’이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한편에서는 생태운동의 일환으로서 ‘귀농운동’의 흐름이 등장하면서, ‘귀농귀촌’이 사회적인 현상으로서 가시화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농촌의 세대교체를 담당할 젊은 인력들이 필요해지면서,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만들어진 청년 귀농귀촌 담론에서는, 청년들의 농촌 이주를 ‘농촌에서의 창업’으로서 규정하거나, 경쟁적이고 소비적인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에 저항하며 농촌에서 대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으로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본 연구가 문제제기를 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에서이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이제 막 삶의 진로와 향방을 정해야 하는 이행기적 시기에, 동원할 수 있는 자원도 부족하고, 농촌사회 내에서의 위치도 훨씬 취약한 상황에 놓인다는 점에서, 장년층의 귀농귀촌에 비해 훨씬 많은 위험요소와 불안감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다. 그러한 점에서 경제적인 기회나 대안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귀농귀촌 담론의 설명틀만으로는 청년들이 그 모든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농촌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낼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본 연구는 청년들의 농촌 이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상상의 차원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농촌 이주 서사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이주하기 전 도시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들이 농촌을 접하고 경험하면서 농촌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농촌으로 이주한 이후 새롭게 미래를 꿈꾸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년들이 농촌 이주 이전 도시에서 겪었던 회의와 스트레스는, 이들이 더 이상 자신의 삶의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과 연결되어 있다. 청년들이 도시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은 단순히 현재의 삶의 어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는 자신의 삶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삶의 전망의 불가능성으로 이어진다. 한편 청년들은 도시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경험을 거치며 스스로 삶의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는 농촌으로 이주하기 전, 도시에서부터 이미 불안정한 삶의 전망을 마주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기획해 나가고자 하는 계기들을 마련해 온 것으로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과 모색의 경험들은 이후 이들이 농촌이라는 새로운 삶의 무대에 자신을 던지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둘째로 청년들의 농촌 이주 과정은, 처음부터 농촌 이주를 목표로 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농촌을 접하고 경험하는 다양한 계기들이 누적되는 가운데 농촌에서의 삶을 실험하고 모색한 끝에 비로소 본격적인 이주로 이어지는 비선형적인 형태를 띠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청년들이 농촌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자신을 던져 보면서, 농촌에서의 삶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농촌의 삶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이동에 대한 상상은, 청년들의 농촌 이주를 뒷받침해 주는 정책이나 공동체와 같은 다양한 기회구조를 경유하면서, 구체적인 이동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은 농촌으로 이주한 이후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꾸려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청년들의 삶의 기획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자율성’이다. 도시에서는 자기 삶의 주도권을 갖지 못했던 데 비하여, 농촌에서는 자기가 직접 노동과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기획해 나가고, 약소하나마 노동의 결과물을 자신이 향유하고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농촌 이주 동기와 이주 이후의 삶에 대한 서사에서 되풀이되어 등장했다. 이렇게 자기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자신의 행위 공간을 확보해 나가는 가운데, 청년들은 도시에서와는 또 다른 삶의 전망을 구성해 나가고,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을 추구하며 자신의 생애를 기획해 나가는 것이다.
청년들의 농촌 이주가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으로서 떠오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농업의 세대교체나 지역 발전, 혹은 대안적인 공동체의 건설과 같은 청년들의 농촌에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농촌 이주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년들이 농촌으로 오기를 바란다면, 청년들에게 모종의 역할을 기대하기 이전에 이들이 농촌을 자신의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택하고,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농촌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 나가기를 원하는지, 청년들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청년들의 삶의 전망과 미래에 대한 꿈의 차원으로부터 청년들의 농촌 이주 서사를 제시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