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초등학교 교사는 왜 전환형 시간제 노동을 선택하지 않는가? : 전환형 시간선택제의 교사 작업조직 정합성과 가족 내 젠더협상을 중심으로
2017년 04월 03일 09시 28분
본 연구는 유연근무방식으로서의 시간제 노동이 왜 교원들에게 일-가족 양립의 대안으로 선택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일-가족 양립의 필요성을 느낀다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시간제 노동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지 않으며 또한 선호가 선택이라는 행위로 귀결되지 않을 수 있다. 본 연구는 일과 가족차원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개인의 선호와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들을 탐색함으로써 시간제 노동이 왜 교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가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기존 시간제 노동과 유연근무의 낮은 활용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양적 분석에 치중하여 선호가 선택으로 귀결되지 않는 맥락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였다. 한편으로는 시간제 노동으로 인한 불이익 측면과 조직문화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면서 시간제 노동이 개인의 노동과정에 부합하는 제도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했다. 작업조직은 시간규범과 조직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유연근무를 제도화하기 이전에 이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시간제 노동은 가족부담이나 양육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만 논의될 뿐 실제 무급노동 배분을 둘러싼 젠더관계에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이 존재한다. 본 연구는 시간제 노동에 대한 초등학교 교원의 작업조직 정합성과 젠더 관계 변화에 중심을 두고 논의를 진행한다. 연구방법으로는 시간제 노동에 대한 선호 형성에 영향을 주는 환경과의 관계를 탐색하고자 심층면접을 사용하였다. 3-40대의 초등 교원 18명이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다. 이에 대한 주요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사 작업조직 정합성과 관련하여 교원들은 초등학교 학급담임제도, 경직된 수업 시간표, 교육과정 운영에 교사의 시간제 노동은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학급담임제도는 시간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에 노동을 시간 단위로 분절화 하는 방식은 적용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 운영에서 동 학년과의 협업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역시 시간제 노동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고 있다. 초등학교의 학급담임제, 수업시간표, 동(同)학년 중심의 운영 등은 교사의 전일제 근무를 기반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교사 작업조직 관행들로 교원들은 시간제 노동이 기존 관행들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교사에게 이 제도가 활용되기 어려운 제도라고 인식한다. 이는 내적 적합성을 갖는 상호보완적 관행들이 묶음(bundle)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일정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시간제 노동은 우리의 노동시간체제 자체를 재구성하는 과정 없이는 제도화에 많은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시간선택제 교사제는 명시적으로 젠더 중립적인 제도이지만, 양육의 탈(脫)젠더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교원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남성배우자와의 평등한 무급노동 배분을 둘러싼 관계에서 협상력을 약화시킬 소지가 있다. 연구에 참여한 많은 여성교원들은 유급노동을 쉴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와 달리 시간제는 여성의 일과 가족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한다. 시간제 보다는 전일제 유급노동을 했을 때 가족 내에서 보다 평등한 무급노동 배분을 요구할 수 있으며 남성배우자의 가사노동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론 및 제언은 다음과 같다. OECD회원국 중 두 번째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일-가족 양립을 위해 정부는 시간제 노동을 강조해 왔다. 또한 정부는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시행하면서 민간부문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휴일보장이나 법정 노동시간에 대한 준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제 노동으로 전반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이룬다는 것은 오히려 개인에게 과한 책임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공공부문, 특히 교육부문의 교사 작업조직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도입되면서 교원들의 부정적 인식을 한층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유연근무방식으로서의 시간제 노동은 많은 맞벌이 가구가 겪고 있는 일-가족 양립의 문제를 지원할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일 수 있지만, 제도화 이전에 노동과정 및 작업조직 특성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이중부담을 지고 있는 여성들의 어려움은 시간제 노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이를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유연근무는 오랜 시간 암묵적으로 합의되고 관성으로 작동한 노동시간과 젠더관계의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시간제 노동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투입하는 것으로 장시간노동체제와 일과 가족 부담을 동시에 흔들 수 없으며 사회적 관점에서 보다 평등한 유급노동과 무급노동 배분에 대한 고려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