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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중국의 사이버 공공지식인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 한한 현상을 중심으로-

2016년 10월 07일 11시 19분


본 논문의 목적은 중국에서 공공지식인의 전개과정을 고찰하면서, 2000년대 이후 정보사회에 이르러 ‘사이버 공공지식인’이 공론장 형성의 매우 중요한 동력이 되었으며, 공론장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게 되었음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30세의 중국의 대표적 청년 사이버 지식인 한한을 사례로 고찰하였다.
최근에는 ‘지식인의 종언’이 거론되었고, 정보화 시대에 이르러 ‘집단지성론’이 기존 지식인론을 대체하는 추세이다. 본 연구는 사이버공간이 이성적 토론의 공론장이기도 하지만, 광기와 배설의 공간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생각 하에, 대중이 지식인과 등치되는 집단지성론이 극복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했다. 더불어 공공성과 보편성을 지닌 전통적 지식인의 요소도 집단지성론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에 따라 사이버 공론장을 활성화하되, 사이버공간의 단점을 극복하는 공공성과 보편성을 갖는 사이버 공공지식인 모델을 제안하였다.
중국 지식인론의 전개는 ‘사’와 ‘천하’의 개념을 구현한 ‘사대부’의 전통 속에서 관료적 공공성을 가진 지식인 전통이 근대화 과정에서 변형, 수정되는 과정이었다. 20세기 신중국 건국과 문화대혁명 및 천안문사태를 거치면서 지식인은 트라우마를 가진채 국가와의 관계에서 수동성을 지니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그 와중에서도 개혁개방에 따른 공공지식인의 등장과 쇠퇴의 흐름이 80년대 이후 지속되었다. 90년대 이후 지식인층이 아카데미로 전문화되고 시장화의 흐름에 노출되면서 지식인의 공공성 추구는 제약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은 중국에 새로운 공론장과 공공지식인 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며, 많은 네트워크 지식인(파워블로거)이 등장하였다. 최근 중국의 ‘한한현상’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한이 사이버 공공지식인으로 등장하였음을 보여준다.
진리와 보편성 추구는 아카데미 안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대중과의 소통 없는 진리와 보편성 추구는 아카데미의 기득권 유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한한은 고등학교 중퇴로서 비아카데미, 비제도권 지식인(독립성)이자 대중적 지식인(대중성)이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최신 대중매체를 능숙하게 활용한다. 그는 대중성을 지닌 사이버 지식인인 것이다. 한한은 대중적이었으나 대중추수적이지는 않았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상식이나 편견과 강하게 대립하기도 하였다(대중과의 대립). 이러한 측면은 한한이 때로는 집단지성과 호응하다가도 공공성과 보편성을 위해 그것과 때로는 대립하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한한이 대중매체의 논리가 만든 미디어지식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는 언론의 끊임없는 관심인물이었지만, 주류 언론이나 관영TV 같은 주류 대중매체와는 거리를 두었다. 오히려 그는 해외매체에 우호적이었다. 또한 한한은 상업 논리에 끌려다니는 상업적 지식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 한한이 자신의 책을 팔고 싶었다면 레이싱 선수를 그만두고 TV나 주류 언론 출연에 시간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는 블로그 글에 집중했다. 왜냐하면 그가 주장한대로, 정부당국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검열하지만, 또한 인터넷은 중국사회에서 가장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예언자적 태도). 한한은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성격도 지닌다(사회비판). 한한은 애초에 반체제 분자로서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았는데, 그가 혁명, 자유, 민주 세 글을 썼을 때 보수로 전향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중국 사회발전 및 사회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주장하며(사회개혁), 중국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예측한다(사회현상 예측).
이 모든 것을 돌아볼 때, 무엇보다 한한은 공공지식인의 핵심요건인 공공성과 보편성을 추구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한은 공공 문제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고하고 글을 썼으며,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도 않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한한을 사이버 공공지식인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본 연구는 지식인론에 기여하는 의의가 있다. ‘사이버 공공지식인’은 본 연구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따라서 이 개념이 앞으로 정보사회에서의 새로운 지식인 모델로 활용 가능한지는 본 연구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인 모델을 제시하고 그 사례를 연구한 본 연구가 앞으로의 연구를 자극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