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07일 11시 16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의 인권제도와 규범의 확산이 실제 인권 상황의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적인 목표이다. 인권 결정 요인에 대한 기존의 경험적 연구들은 크게 국가 내부적 요인을 강조하는 연구와 외부적 요인에 주목한 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 내부적 요인과 인권의 관계에 주목한 연구들은 경제발전과 같은 국가 내부 상황의 변화가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국제적 조건을 강조하는 연구들은 세계문화의 영향력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인권의 확산 과정은 세계사회이론을 활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 관점에 따르면 각국이 인권 규범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 세계적인 인권 문화와 모델의 확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제 인권조약의 비준, 국제비정부단체와의 연계, 인권관련 주요 국제회의 참여 등이 인권 확산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인권제도와 규범의 확산은 실제 인권 상황의 개선으로도 이어졌을까? 여러 연구들은 인권조약의 비준이 인권 상황과는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인권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인권의 확산이 실제 인권 상황의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 및 지역 수준으로 구분하여 가설을 설정하였다. 먼저 국가 수준에서의 인권의 확산은 국가인권기구 설립, 국제 인권조약비준, 국제비정부단체 참여 수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가인권기구는 국제 인권레짐의 핵심적 제도로 인정받고 있으므로,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한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국제 인권규범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 인권조약의 비준 여부도 국제 인권레짐 참여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한편 국제비정부단체는 세계 문화와 담론의 주된 매개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이다.
다음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수준에서의 인권의 확산은 인권 관련 주요 국제회의의 개최, 지역에서의 국가인권기구 설립 및 국제 인권조약 비준 누적 수를 통해 측정한다. 국제회의는 세계 문화가 확산되는 장으로서 대규모 국제회의를 통해 인권과 같은 중요한 가치들이 공론화된다. 한편 세계사회이론가들은 규범의 확산을 규범 케스케이드 및 유행으로 개념화한다. 해당 지역에서 국제 인권조약을 비준하거나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한 국가가 많아질수록 국가들이 이를 의식하여 인권 개선을 꾀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본 연구에서는 프리덤하우스 자유지수를 종속변수로 활용하였다. 각각 7점 척도인 정치적 자유 지수와 시민적 자유 지수의 평균값을 해당 해의 인권 지수로 반영하였다. 독립변수 가운데, 국가인권기구 설립 여부는 아프리카 국가인권기구 네트워크의 자료를 주로 참조하였다. 인권조약 비준 여부는 6개의 주요 국제 인권조약을 기준으로 삼았다. 각국이 가입한 국제 비정부단체의 수는 국제조직연감의 자료를 활용하였다. 인권관련 주요 국제회의는 1993년 비엔나 인권회의와 1996년 제1회 아프리카 국가인권기구 컨퍼런스를 선정하였다. 지역에서의 인권 확산 변수는 해당 연도에 각국이 비준한 국제 인권조약,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한 국가의 수를 집계하여 누적 숫자를 계산하였다. 1인당 국민소득, 내전 발발 여부, 인구는 통제 변수로 회귀모델에 포함시켰다. 대상 기간은 아프리카 지역 인권레짐 형성의 역사를 고려하여 1980년도부터 2009년까지로 설정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 활용되는 국가 패널 데이타는 패널 개체가 모집단 자체이고, 시간 변동 변수가 주로 활용되므로 고정효과 모델을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국가 수준에서의 인권의 확산과 관련된 변수들 가운데 국가인권기구 설립, 국제 인권조약 비준 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반면 국제비정부단체 가입 변수는 인권 개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역 수준에서의 인권의 확산과 관련된 변수들 가운데에는 국가 인권기구 설립 및 국제 인권조약 비준의 지역 누계 변수가 유의미했다. 통제 변수 가운데에는 내전 변수가 일관성 있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의 인권 제도와 규범의 확산이 실제 인권 상황의 개선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역 수준에서의 인권 제도와 규범의 확산이 인권 개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지역 인권레짐의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기존의 인권 확산과 인권 상황의 디커플링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와는 차이가 있다.